[미디어펜=김소정 기자]새해 첫날까지 600㎜ 초대형방사포를 쏘면서 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갔던 북한이 1월 한 달간 유난히 조용하게 보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2일 북한매체가 보도한 조선소년단 기념사진 촬영 공개행사 이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은 역시 2일 이후 미사일 발사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9~30일 사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체연료 발사체 엔진 시험 정황을 ‘플래닛 랩스’ 위성사진이 포착했다. 동창리에서는 엔진시험대를 짓는 공사 모습도 포착됐다.
지금 북한에선 대규모 열병식 준비가 한창으로 ‘건군절’에 맞춰 신형 무기들을 선보이며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고체연료 발사체 엔진 시험을 한 만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무력도발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월은 8일 북한의 군 창건 75주년(건군절)이 있는데다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광명성절)이 있어 북한이 무력도발의 계기로 삼아왔다. 이 가운데 북한 열병식은 건군절을 계기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최근 해외 민간 위성사진 서비스업체가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 연결 도로 및 평양 미림비행장 북쪽 열병식 훈련장 등에서 차량, 항공기, 인원 등을 꾸준히 식별하고 있으며, 특히 참가자들이 숫자 ‘2’ ‘8’ ‘75’ 등을 만드는 모습이 확인했다고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병력 대열 44여개가 포착됐으며, 각 대열을 이루누 병력을 최대 300명으로 추산했을 때 이날 훈련장에 최대 1만3000명이 집결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도 건군절 계기 열병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2월 8일 건군절 등 주요 정치일정 계기 열병식을 개최할 가능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긴밀한 한미공조 하에 북한의 주요 시설 및 지역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월 대규모 열병식 개최를 계기로 무력도발을 재개하고, 한국과 미국에 강대강 맞대응으로 긴장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북한은 이미 4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끝내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정부도 4월 ICBM 발사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서울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이 열린 직후인 2일 침묵을 깨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2019.10.16./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은 담화에서 2월로 예고된 한미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 규모와 범위가 확대된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하며 “우리와의 전면대결의 도화선에 불을 지피려 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이 기도하고 있는 그 어떤 각본에도 대처할 수 있는 명백한 대응전략을 갖고 있으며, 가장 압도적인 핵역량으로 잠재적인 도전들을 강력히 통제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 결과에 대한 반발이다. 한미는 2월 중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기로 확인했다. 이는 북한의 핵공격 시나리오를 가장한 대응 연습으로 국방부의 연두 업무보고에서 처음 알려진 바 있다. 이 밖에 국방부는 올해 전반기에만 한미연합연습을 사상 첫 ‘11일 연속’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한미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전략폭격기 F-22, 스텔스전투기 F-35, 항공모함 등 전략자산 전개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국은 즉각 B-1B, F-35B와 한국 공군의 F-35A 등 핵심 전력을 투입해 1일과 3일에 올해 첫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한미는 올해 연합 연습 및 훈련의 규모와 수준을 더욱 확대하고 강화한다고 밝힌 상태이다. 연합야외기동훈련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하고 대규모 연합합동화력시범도 시행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한미일 3국간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를 촉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정부 시기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한미일 안보회의도 열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대해 북한이 한미훈련의 규모와 강도에 상응하는 비례적 군사 대응을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앞으로 사사건건 ‘강대강 맞대응’을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담화전 이후 본격적인 행동으로 이어가는 전례에 비춰볼 때 2~3월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전략·전술핵무기 개발 준비 및 시험발사 실행이 예상된다”면서 “2월 대규모 열병식, 3월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강대강 맞대응, 4월 정찰위성 발사 등 이미 예고된 행동으로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는데 이는 올해에도 정세 및 위기관리에 조금이라고 허점이 생길 경우 한반도에서 핵과 핵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다만 북한이 ‘미국의 저의 간파’를 언급하고, ‘미국이 적대시정책과 대결 노선을 추구하는 한 미국과 대화에 흥미가 없다’고 단언한 대목이 주목된다. 이 원칙적 입장은 반복되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의 대화 제안도 여전히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