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을 직접 겨냥해 경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에 큰 신호를 던지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실은 당권 주자들과 거리두기를 고수하면서, 전당대회 구도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일절 내지 않아 왔다. 혹여나 '당무 개입'이라 비판받을 만한 소지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다. 정당 민주주의를 해치지 않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알려진 윤 대통령의 경고는 최근 하루이틀 만에 대통령실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의 계기는 안철수 의원이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이라는 용어를 언급하면서 부터다.
안 의원은 이날 이 채널에 나와 "그 사람들(윤핵관)한테는 대통령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의 다음 공천이 중요하다"며 "윤핵관의 지휘자는 장제원 의원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2년 3월 3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현 대통령)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현 국민의힘 의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선언을 가진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 단일화 선언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단 6일 앞둔 시점이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최근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안철수 의원)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윤핵관이라는 단어에 대해 "당의 책임있는 정치인이 쓸 말이 아니다"라며 "대통령 주변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하겠지만, 윤핵관이라는 말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욕보이려는 표현 아닌가"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이 최근 열린 당원 간담회 등에서 "유난히 잘 맞는 연대, 윤안연대, 윤 대통령과 안철수의 연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경제와 안보 상황이 막중한데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연대 운운한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이 자신을 끌어들이는 언행을 한 것을 겨냥해 "도를 넘은 무례의 극치"라고 말한 것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불과 하루이틀 만에 확연히 달라진 대통령실의 분위기와 관련해, 본보는 4일과 5일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는 국민의힘 책임당원들에게 안 의원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본보는 이번 전당대회에 누구에게 표를 행사할 것인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 솔직한 심경을 물어보았다.
2022년 3월 7일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현 대통령)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현 국민의힘 의원)와 함께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 앞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책임당원 A씨는 이에 "가장 중요한건 안철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원팀으로 합심하여 힘을 실어줄 것인지, 예전 박근혜 정부 당시 공천 파동처럼 대통령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지 여부라고 본다"며 "결국 신뢰의 문제인데, 안철수가 걸어온 지난 정치 행보를 보면 일목요연한 것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지난 2020년부터 책임당원이었던 그는 "안 의원은 박근혜정권이 탄핵으로 무너질 때에도, 문재인정권이 정권교체로 끝났을 때에도 대권 주자로 나섰던 사람"이라며 "자기 정치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볼 수 있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1년뒤 총선에서 무조건 이겨 정부의 성공을 이끌어야 하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 안 의원을 당대표로 뭘 믿고 일을 함께 할 수 있겠나 생각하면 답은 한가지"라며 "현재 대부분의 책임당원 중 안 의원에게 표를 던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또다른 책임당원 B씨는 본보에 "내가 속한 단체카톡방에 500명 가까이 되는 책임당원들이 있지만, 그들 중 5% 정도만 안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며 "진성 핵심당원 중 안 의원을 믿고 지지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 일주일 사이 여론조사 여러 건이 발표되었지만 그 조사대상을 보면, 무작위로 추출한 전국 성인들 중 국민의힘 지지자들"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고 그에 따르려는 책임당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건 책임당원 수십만 명이 총선 승리를 이끌 당 사령탑으로 누구를 원하고, 누구를 배제하려는가 여부"라며 "일종의 소거법으로 따져보면, 윤 대통령과 갈등의 소지가 있는 인물을 고를 것인가 아니면 윤 대통령과 갈등 일체 없이 공천 과정에서 우파적인 가치, 혁신적인 가치를 따질만한 사람을 택할 것인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대구시에 사는 또다른 책임당원 C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가 무엇으로 정치를 시작했나, 박원순을 서울시장으로 옹립한 사람 아니냐"며 "안철수가 만들었거나 속했던 정당 모두 현재 없어지지 않았나, 대체 뭘 믿고 집권여당 당대표 자리를 주나"라고 물었다.
그는 "안철수가 국민의힘 당대표가 된다면 그 후 윤 대통령과 어떤 모습을 보일지 예상이 뻔히 되지 않나"라며 "불과 1년전 대선에서 안철수가 윤 대통령 당시 후보와 어떤 갈등을 만들었는지 당원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다, 대선 일주일을 앞두고까지 단일화 하나 갖고 그렇게 옥신각신했던걸 잊기 힘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