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잔액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값이다. 특히 증권업계가 연체잔액과 연체율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PF 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PF 연체잔액은 1조 1465억원을 기록해 2021년 말 4838억원 대비 약 2.37배(6627억원) 급증했다.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잔액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말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값이다./사진=김상문 기자
업권별로 살펴보면 증권사가 3638억원으로 가장 많았는데, 9개월 전 169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어 저축은행이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캐피탈사가 717억원에서 2902억원으로, 보험사가 305억원에서 1767억원으로, 은행이 81억원에서 115억원으로 각각 커졌다. 상호금융은 45억원에서 43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연체잔액과 궤를 같이 해 연체율에서도 증권사가 타 업권을 압도했다. 증권사의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월 말 8.2%까지 수직상승했다. 또 저축은행이 1.2%에서 2.4%로 2배 증가했고, 캐피탈사가 1.2%를 기록했다. 특히 보험사는 0.07%에서 0.39%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그 외 상호금융과 은행은 각각 0.09% 0.03%로 9개월 전과 동률을 이뤘다.
문제는 연체대출이 총대출(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이 증권·저축은행·캐피탈·보험업권에서 두드러지는 점이다. NPL비율은 총여신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지표로, 원리금 회수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실채권이다. 수치가 낮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양호함을 뜻한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증권사가 5.7%에서 10.9%로 2배 가까이 치솟았고, 저축은행도 1.2%에서 2.4%로 2배 증가했다. 이어 캐피탈사가 1.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고, 보험사가 0.07%에서 0.48%로 7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대로 은행권은 0.38%에서 0.1%로, 상호금융도 0.15%에서 0.13%로 각각 줄어들었다.
연체잔액·연체율·NPL비율 등에서 절대값으로는 증권사가 압도하고 있지만, 변동 추이를 놓고 보면 보험사·저축은행·캐피탈사가 증권사를 훨씬 앞서고 있어 이들 업권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동산PF발 위기가 금융권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도 감독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일 본원에서 열린 2023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금융권과 건설사의 부실 위험 등을 가리키며, 금융권과 건설사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당시 이 원장은 "기존에 금융권역별로 구분·관리되고 있는 부동산 PF 관리체계를 사업장 단위로 종합적·체계적으로 개편해 PF 사업장별 사업형태 및 진행상황 등에 대한 분석 및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며 "기재부, 국토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PF 사업장별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대응 및 지원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은 1분기 내 PF 부실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주단의 자율적인 사업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도록 PF 대주단 협약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또 △사업승인위험 △준공위험 △분양위험 △회수위험 등 증권사 채무보증의 실질적 리스크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기초자산별, 유형별 현황 등에 대해 심층 분석할 방침이다.
보험회사도 특정 부분 리스크 쏠림 등 대체투자 전반의 리스크관리체계, 건전성 관리 및 내부통제 작동 여부 등을 점검하게 된다.
특히 증권사의 경우 과도한 부동산 익스포져가 건전성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해 부동산 개발사업의 사업단계별, 투자형태별 리스크특성을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에 반영할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브릿지론/본PF 사업단계, 대출/채무보증 투자형태 관련 리스크 등을 중점 점검한다는 구상이다.
현행 NCR 제도는 증권사가 부동산 익스포져에 대해 실제 부담하는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해 건전성 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겠다는 설명이다.
윤 의원은 "금융 전업권의 부동산 PF에 경고등이 켜졌다"며 "금융당국은 사업장 단위의 정기 점검을 통해 정상 PF에는 원활한 자금 지원을, 부실 PF는 자산 매입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