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임원급 인원감축 삼성 이어 두번째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국내 30대 그룹이 실적부진으로 임원 수를 전년대비 112명 줄였다. 그 중 조선업계 빅3라 불리는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총 76명을 줄여 큰 비중을 차지했다.
1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 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고 전년도와 비교 가능한 268개 기업의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올 1분기 말 기준 임원 수는 1만486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12명(1.1%) 감소했다.
롯데, 한진 등 15개 그룹이 181명을 늘렸지만 삼성, 현대중공업 등 13개 그룹이 293명을 줄여 전체 임원 수는 100명 이상 줄었다.
▲ 10일 CEO스코어가 발표한 보고서 결과 현대중공업그룹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임원 수를 336명에서 309명으로 57명이나 줄였다. /사진=현대중공업 홈페이지 |
현대중공업 그룹의 올해 1분기 임원 수는 총 309명으로 전동기 대비 57명 줄어 15.6% 감소했다. 현대중공업에서만 42명 줄였다. 이는 삼성그룹이 임원 수 94명을 줄인데 이어 2번째로 많다.
삼성중공업도 1분기 임원 수는 총 111명으로 전동기 대비 7명 줄었다. 대우조선해양 1분기 임원은 총 51명으로 12명이 줄어 가장 높은 19%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예상치를 밑도는 부진한 실적과 얼어붙은 업황 때문에 대규모 인력 줄이기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4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현대중공업도 1분기 영업손실 1924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3조원 규모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약 70% 급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체질개선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해양사업부와 플랜트사업부를 통합하고 7개 사업본부 산하 조직을 기존 58개에서 45개로 줄였다.
지난해 삼성중공업도 풍력발전사업부를 사실상 해체시키고 사업부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고 산하의 영업팀을 조선시추사업부, 해양생산사업부 등 양대 사업부로 이관했다. 또 사업부 산하 기본설계팀을 기술영업팀으로 재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 수 감소와 관련해 “지난해 큰 틀의 조직개편은 없었지만 사장 선임건으로 임원인사가 나지 않았고 퇴직하는 임원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선물 등 금융관련 3개사에 대한 재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도 적도기니에서 추진한 20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인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수주가 최근 불발되는 등 해양플랜트 사업이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 4월 고재호 전 사장이 조직개편과 비상경영계획을 선포해 기존 3총괄 3실 체제에서 1총괄·3본부(해양플랜트사업본부, 선박사업본부, 특수선사업본부)·3실(인사지원실, 재경실, 전략기획실)로 변경했다. 정성립 신임 사장도 취임식에서 주력사업에 집중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장기침체에 빠진 상선시장과 저유가 지속으로 해양플랜트 상황도 좋지 않아 올해도 3사의 조직개편은 현재 진행중이다. 당분간 임원 늘리기 보다는 줄이기 방향의 분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