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및 방역대책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출시한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목표액 41조원 중 11조원을 공급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저금리 대환(대출 갈아타기)프로그램과 새출발기금 공급액도 당초 목표치 대비 10%에 채 못 미치는 성과를 거두면서, 정책금융의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정부가 이달 84조원을 편성해 중소기업 금융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인데, 현실에 기반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 및 방역대책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지난해 7월 출시한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목표액 41조원 중 11조원을 공급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김상문 기자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와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소상공인·중소기업 금융지원프로그램이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재기를 돕기 위해 마련된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목표액 41조 2000억원 중 지난해 말 11조 1000억원을 공급해 목표치의 26.9%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또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마련된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당초 목표액 9조 5000억원 중 2672억원을 공급해 2.8%를 달성하는 데 그쳤다. 이 상품은 금리 7% 이상의 은행·비은행권 고금리 사업자대출을 대환해주는 내용으로, 만기 1~2년에는 고정금리로 최대 5.5%, 3~5년차에는 은행채 1년물(AAA)에 2.0%포인트(p)의 금리를 각각 가산·반영한다.
코로나19 피해로 장기 연체 위험이 큰 부실우려차주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새출발기금'도 목표치의 8.5%(30조원 중 2조 5400억원)를 달성했다. 새출발기금은 최대 30조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부실차주에게 장기분할상환, 금리감면 등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사실상 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채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양한 정책상품을 마련했는데, 수요자의 구미에 당기지 않은 셈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민간 상품보다 금리경쟁력이 떨어지는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채권시장 혼란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치솟으면서, 대출 갈아타기의 매력이 반감된 모습이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대출과 사장님대출을 낮은 금리에 제공한 점도 경쟁력 반감에 한 몫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9월 사장님 대환대출을 출시한 토스뱅크는 2년간 최대 5.5%의 고정금리를 적용했다. 이에 힘입어 토뱅은 출시 3개월만에 360억원의 대출을 공급했다. 1인당 평균 3200만원의 재대출을 일으켰는데, 제2·3금융권에서 갈아타기한 비율이 82.4%에 달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5월 신용보증재단중앙회와 손잡고 개인사업자 보증서 대출을 출시해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이 상품 최초 금리는 신용등급에 무관하게 일괄 연 3.42%를 적용했다. 뒤이어 9월에는 연 4%대 금리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12월에는 신용보증재단의 희망플러스 특례보증 상품으로 '사장님 희망대출'을 각각 출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 개인사업자 뱅킹 서비스를 출시해 한 달 만에 13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기존 출시한 상품을 확대 개편할 방침이다. 올해 금융위 업무계획에 따르면 △희망플러스 신용대출 이차보전 지원기간 연장 및 적용대상 확대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적용 대상 확대 및 이용 편의 제고 △새출발기금 적용 대상 확대 등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이달 중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84조원(금융위 52조원, 중소벤처기업부 32조원)의 '복합위기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방안' 펼칠 예정이다. 3고(고금리, 고환율, 고물가)현상 등에 따른 경영 애로 완화, 혁신산업 분야 및 창업벤처기업 육성, 취약기업 재기지원을 돕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존 정책상품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에게 외면받았고, 새 상품도 기존 상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좀 더 현장 수요에 부응하는 현실적인 상품을 기획해야 한다는 평가다.
양 의원은 "코로나19 라는 팬데믹이 계속된 상태에서 신속한 금융지원 필요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금융위가 시행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관련 금융지원프로그램의 진행성과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금융위가 아무리 금융지원프로그램을 시행하더라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 정책 수혜자들이 외면하면 아무런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