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아이디어…현대중공업 '움직이는 선실' 포스코 '고망간강 아파트 바닥재'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한국 조선·철강계의 맏형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고정관념을 깬 아이디어로 시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중공업은 ‘움직이는 선실’을, 포스코는 ‘고망간강 아파트 바닥재’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1일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선급기관인 노르웨이 선급협회 DNV GL(Det Norske Veritas Germanischer Lloyd)로부터 ‘움직이는 선실’에 대한 기본승인(Approval in Principle, AIP)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움직이는 선실(SkyBench)’ 디자인이 적용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개념도.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
승무원들의 생활공간인 선실(船室)은 원래 선체와 한 몸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초대형 컨테이너선 선실에 레일(rail)과 휠(wheel)을 설치했다.
레일과 휠 덕분에 선실은 길이 방향으로 총 13m를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선실이 이동하며 생긴 하부 공간에 컨테이너를 추가로 적재할 수 있어 선박 공간 활용도와 화물적재량이 크게 향상됐다. 또 선박 침몰시 부력에 의해 선실이 선체로부터 분리될 수 있도록 해 승무원들의 안전성도 한층 높였다.
최근 선박시장은 운항비 절감 등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박의 대형화가 대세다. 현대중공업은 발상의 전환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 디자인을 1900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적용하면 450개의 컨테이너를 추가로 탑재할 수 있다”며 “유럽에서 아시아 노선을 운항하는 경우 추가적재로 연간 약 27억원의 추가 운임 수입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움직이는 선실은 ‘스카이벤치(SkyBench)’라는 이름으로 특허와 상표에 대해 등록을 완료한 상태다.
포스코는 지난 4일 리모델링 아파트용 고망간강 바닥판 개발을 완료했다. 콘크리트 두께를 늘려 층간소음을 잡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바닥재에 이용한 것이다.
고망간강은 일반강보다 진동이 건물 구조물에 전달되는 것을 막는 방진 성능이 10배 이상 뛰어나다.
이번 고망간강 바닥판 개발은 포스코가 포스코건설을 비롯한 동아에스텍, 유창, 우진, 에스아이판 등 국내 주요 건축전문사와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한지 1년여만에 이뤄낸 성과다. 포스코가 고객사·그룹사와 함께 동반성장의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그 동안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들은 많았지만 거주자들을 만족시키는 해결책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 건축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는 바닥 콘크리트 두께가 120㎜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건축기준에 따라 신규로 지어진 아파트보다 30% 이상 얇다.
▲ 고망간강 바닥판 단면(좌), 고망간강 바닥판 시공 후 모습(우). /사진=포스코 제공 |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은 크게 4등급으로 나뉘는데 리모델링 아파트는 바닥 콘크리트 두께가 얇아 대부분 건축법상 최소 기준인 4등급에 미치지 못한다.
리모델링 아파트에 고망간강 제품을 적용하면 바닥 콘크리트 두께를 추가로 보강하지 않아도 바닥충격음 차단 성능이 4등급 이상으로 크게 오른다.
KOLAS 인정 측정기관은 고망간강을 바닥에 적용했을 때 120㎜ 이하 두께의 기존 콘크리트 바닥보다 층간 소음이 13dB(단일수치 음압레벨) 이상 줄어든다는 시험결과를 내놓았다.
또 15㎜ 이상 바닥 두께를 줄일 수 있어 리모델링 아파트의 층 높이를 낮추고 추가 설비 배관용 설치 공사의 시공성도 높일 수 있다.
고망간강 사용 공정에는 경량기포 콘크리트 타설을 생략한 반건식 공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존 습식 공정보다 5일 이상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비용도 이전 공법보다 같거나 저렴해 경제적이다.
고망간강 바닥판은 최근 신축 아파트용 현장 실험에서도 중량 2등급(40dB), 경량 1등급(40dB)의 성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관계자는 “리모델링 아파트뿐 아니라 신축 아파트용 고망간강 바닥 제품의 국가 인증을 취득해 다양한 건물에 층간 소음을 줄이는 방진용 고망간강의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 설명했다.
어려운 업황 속에서 발상의 전환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앞선 기술력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