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3.8전당대회 김기현 당대표 후보의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을 둘러싼 공방전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다. 전날(20일) 열린 당대표 후보 두 번째 방송토론회는 마치 '김기현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경쟁자인 안철수·황교안·천하람 후보 모두 김 후보를 둘러싼 '울산 KTX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총공세를 펴면서다. 김 후보는 "불법이 개입됐다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라며 초강수로 맞섰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선 후보들 간의 지나친 네거티브전이 자칫 당 분열을 가져올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포문은 천 후보가 열였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MBN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2차 TV토론회에서 "지금 울산 땅 의혹과 관련해서 여론의 흐름이 심상치가 않다"라며 "심지어 김 후보를 두고 울산의 이재명이 아니냐라는 얘기까지 지금 나오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후보도 "국민들에게 있어 부동산 문제는 역린이다. 이것을 건드리면 우리가 내년 총선에서 지게 된다"라며 "중도나 2030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런 부동산 문제에 대해 깨끗해야 한다"라고 김 후보에 대한 공세 수위를 올렸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20일 서울 중구 MBN 스튜디오에서 열린 TV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천하람, 김기현, 안철수 후보. 2023.2.20./사진=연합뉴스
김 후보의 울산 땅 투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황 후보는 "임야 투기 의혹에 대해서 여러 차례 해명을 했는데 만약 그 해명한 것에 거짓이 있으면 후보 사퇴를 약속하겠나"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김 후보가 용기 있게 후보 사퇴하기 바란다"라고 압박했다.
김 후보 '울산 KTX 부동산 투기 의혹'의 핵심은, 지난 2007년 울산 KTX 역세권 연결도로 노선이 애초 계획과 달리 KTX울산역 인근 김 후보 소유 임야 용지로 휘어져 지나도록 변경돼 많은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점이다.
황 후보는 "도로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맹지였던 김 후보의 땅이 KTX역 앞 대로변에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것도 3만5천 평"이라며 "그래서 권력형 토건 비리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후보는 "만약 말씀하신 것처럼 불법이 개입됐다든지 이렇게 된다면 제가 정치생명을 걸 테니까 대신 우리 황 후보도 그것이 가짜뉴스인 것이 확인되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선언하라"라며 "황 후보가 많이 급하신 모양인데 그렇게 생떼를 쓰면서 김기현을 자꾸 흠집내면 표가 (본인에게) 갈 것으로 생각하는데 착각"이라고 반격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김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 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당 내 선거에서의 과도한 네거티브전이 자칫 당분열과 '제2의 이재명 사태'를 불러올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1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당내 선거에서 상대방을 흠집내는 지나친 네거티브는 자제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이재명 대표의 경우에도 자기들끼리 폭로전을 벌이다가 '대장동' 의혹이 터져나왔고 결국 부메랑이 된 것 아닌가. 자칫 제2의 이재명 사태'를 불러올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