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올해 10대 건설사들이 1조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지난해에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연초 시장에 훈풍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오랜만에 수요예측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여전히 건설업에 대한 비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지고 있어 비우량물까지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비우량 건설사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대 건설사 2023년 회사채 만기 현황./출처=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10대 건설사의 회사채 규모는 1조 5010억 원이다.
회사별로 △현대건설(AA-) 250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A) 1700억 원 △롯데건설(A+) 1510억 원 △대우건설(A) 1400억 원 △GS건설(A+) 1000억 원 △포스코건설(A+) 900억 원 △SK에코플랜트(A-) 6000억 원 등이다. DL이앤씨(AA-)와 현대엔지니어링(A-)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없다.
신용도가 우량한 현대건설은 전날 1500억 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3200억 원이 몰려 3000억 원까지의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SK에코플랜트도 오는 4월 만기 도래하는 2000억 원의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1000억 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 5080억 원이 몰렸는데 환경·에너지 사업의 매출 확대와 SK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우량기업과 탄탄한 모기업을 둔 건설사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비우량 건설사 회사채까지 온기가 퍼질지는 미지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됐으며, 신용공여 규모와 자금흐름 등을 봤을 때 유동성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어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부정적”이라며 “A등급 건설사들이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고 있지만 회사채 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비우량 등급에 해당하는 SK에코플랜트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회사채 시장을 기웃거리며 눈치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우면 건설사들은 자체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다른 자금 조달 경로를 찾을 전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속속 돌아오는 가운데 올해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서 지난해부터 밀려있던 물량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으며, 우량 등급의 건설사를 위주로 자금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고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지 않았지만,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도 많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