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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공포, '경제악령'을 경계한다

2015-06-12 11:58 | 김세헌 기자 | betterman89@gmail.com

외국인 관광객 발걸음 '뚝'…유통업계 직격탄
격리피해 83억…석달 경과 GDP 손실 '20조'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발병이 3주차에 들어서고 있으나 진정이 되기보단 오히려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첫 감염자가 나온 이래 1차 유행 이후에도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기관 간 정보공유가 충분하지 않아 2차 유행으로 번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괴소문이 퍼지는 등 국민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가운데 실물경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산업계의 경우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여행·관광, 소매판매가 급감해 ‘메르스 후폭풍’에 시름을 앓고 있다. 여기에 감염·격리 등으로 인한 노동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는 등 국내 경제가 메르스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유커' 300여명이 한국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 / 연합뉴스

12일 한국관광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로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한국관광을 취소한 외국인은 8만5000명에 달한다. 중국, 대만, 일본, 홍콩, 동남아 등 아시아 관광객의 발걸음이 지속적으로 끊기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보격화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한국 여행상품 예약을 취소한 외국인 수는 1만2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관광을 취소한 관광객들은 중국인이 대부분인 ‘유커’였다. 이들은 그동안 서울과 제주 등 유명 관광지로 모여들어 유통업계 특수를 이끌었으나, 메르스 사태로 인해 면세점과 백화점 등은 유커 이탈로 매출급감이라는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지역사회로의 전염 가능성까지 불거지면서 지역축제, 국제회의 등 지역행사 진행에도 차질을 일으켜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의 경우 참가자들의 건강을 염려해 당초 예정돼 있던 행사를 미루는가 하면, 아예 취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기획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행사참여 회원들의 건강에 대해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메르스 감염과 격리에 따른 산업계의 피해는 근로현장 차질로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1300여곳이 휴교에 들어가면서 아이들을 돌보기 위한 근로자 휴가도 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다.

통계청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재까지 91만8063명의 학생이 휴교 상태에 있다. 이들을 돌보기 위한 노동손실일은 총 10만7107일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노동손실액은 모두 83억3076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가 이달 안으로 안정국면에 들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기존 대비 0.26% 감소하고 손실규모는 4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향후 3개월간 지속된다면 GDP는 1.31% 내려가 20조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여파로 많은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 가운데 11일 서울 남대문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연합뉴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내수부진과 수출둔화로 경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산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메르스가 조기에 극복되지 못하고 과도한 공포가 지속된다면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는 만큼, 다각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과잉불안과 공포는 오히려 경제적 손실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만큼 확산 저지 노력과 함께 올바른 정보 공유로 불안감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경제는 물론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보다 확실한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한편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 리더들이 경제심리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계의 맏형격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 구내식당 내 국산 농축산물 소비 활성화 캠페인 등 주요 행사를 계획대로 추진하며 경제심리 안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무역협회도 당초 예정됐던 해외 세일즈 활동을 지속하며 위기극복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각 지방 상공회의소 역시 상의활동을 독려하면서 전국의 회의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중앙회는 전통시장 지원 등 내수살리기 추진단 사업에 집중해 메르스 사태를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다는 모습이다.

이들 단체는 산업현장의 보건·안전 수칙을 상시 점검하는가 하면, 애초 계획했던 투자 역시 차질 없이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신사업 발굴을 통한 일자리 창출,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출 회복을 이끌어 메르스 사태를 이겨내고 경제활성화에 진력을 다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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