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김재현 산업부장 |
외래 전염병에 대한 걱정도 활력 넘치는 대한민국을 덮쳤다. 전염병보다 더 큰 파장을 우리 사회에 던졌다. 3차감염이 만연하는 '지역사회 감염'이 걱정이다. 이 과정에서 변종의 등장이 두렵다. 예상과 달리 높은 치사율과 빠른 확산 속도는 우리 실물경기의 개선물살을 가로 막고 있다. 과도한 불안심리가 한반도를 덮치면서 우리경제 동력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메르스는 외래 전염병 그 어떤 때보다 큰 파장이다. 2003년 사스(SARS, 중증 호흡기 질환)는 약 1년간 전세계 8273명 감염자 중 775명이 사망했다. 전파력도 강력하고 치사율도 상당했지만 국내 진입 영향은 크지 않았다. 조류 인플루엔자(AI)도 인체감염이 대규모 확산되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신종플루(H1N1)은 티미플루와 같은 예방약으로 감염을 잠재웠다.
주변국에서는 한국을 전염병 민폐국으로 규정했다. 한국 관광객들을 바이러스 보균자로 치부하다보니 현지에서 푸대접에 고개를 들수 없다. 메르스는 쪼그라든 내수효자였던 여행업계를 강타했다. 중국, 대만 관광객 10만명이 여행을 취소하면서 외출, 외식, 여행, 레저 등 업종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와 연관된 요식업, 숙박, 운송, 엔터테인먼트 등 업종에 부정적이다. 어느 유통업계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아직 메르스의 영향은 전체 매출 하락 등에 미치는 영향은 작겠지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평택 등 일부지역의 매출은 줄어들었다고 했다. 세월호 사태 때는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였지만 메르스는 소비자의 외출을 막다보니 더 사정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내 내수부진은 이미 위축된 상태, 수출이 그나마 우리경제를 떠받이며 성장률을 외롭게 끌고 갔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통관 기준 수출 증가율은 올 들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5개월째 감소 폭이 확대돼 지난달에는 전년동기 대비 10.9% 줄었다.
올 하반기 기대경기심리가 나아질 거란 예측으로 내수경기의 호전세가 보였지만 안개속이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올 3월 101에서 5월 105로 높아졌다. 4월 카드승인 금액도 전년 같은 달보다 15.4% 증가했다.
4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매판매는 전달과 견줘 1.6%, 전년동월과 비교해 4.9% 증가했다. 메르스의 등장은 소비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메르스의 확산은 경기 측면에서 우려스럽다. 살아날듯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경우 국내경제 여건으로 볼때 불을 지필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하반기 이후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터져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메르스 국내총샌산 손실액을 추산해 보니 3개월간 지속될 경우 20조922억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메르스 확산이 8월까지 이어지면 노동 손실액은 610억원, 물류, 숙박, 음식, 오락 수요는 60%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생각하기 싫은 메르스 대유행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감염자가 늘면 경제의 공급능력이 떨어진다.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 차질 장기화, 투자 결정 전면 유보는 불보듯 뻔하다. 감염 공포는 휴업과 조업일 수를 줄이며 대외 소비활동도 떨어진다.
밖으로는 금리와 환율이 요동치면서 우리 금융시장의 리스크 방역도 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골든타임의 절박함을 안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하향세로 접어들었으며 내수는 살지 못하고 고용은 제자리, 출산저하, 고령화와 맞닥드린 상황에서 경제를 떠받칠 원동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 중동 감기인 메르스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명동 거리를 가득메웠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사진은 메르스 예방을 위해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도보하고 있는 모습. /미디어펜 |
메르스 정보를 독점하고 국민들에게 적극 협조를 요청한 정부도 이번 메르스 쇼크로 건강한 소통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지 않았던가.
또 국가적인 재난의 혼란을 틈타 고개든 얄팍한 상술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메르스로 인해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마스크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박동수가 미약한 경기 흐름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5%로 내리면서 금융의 역할을 다짐했다. 정부는 구조개혁과 동시에 경기 부양책의 묘수를 찾아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한다.
국민과 정부, 경제주체들이 질병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를 끌어올리도록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메르스는 나만 조심한다고 나만 피해갈리 없는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 자신보다 남 탓을 하는 미움 등이 건강한 한국을 좀먹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메르스 망령에 놀잇감이 되어버린 한국인들이 눈이 멀어 절체절명의 경제 '골든타임'마저 구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