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에너지 공기업들이 재정건전화를 강화하고 있다.
28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51조7000억 원·영업이익 2조4634억 원·당기순이익 1조4970억 원 등 역대 최대 실적을 시현한 가스공사는 무배당을 비롯한 고강도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이는 도시가스 요금 인상 억제로 원료비 미수금이 지난해말 기준 9조 원 수준까지 불어나는 등 공사의 자본금을 초과한 탓으로, 부채비율(500%)도 전년 대비 121%포인트 악화됐다.
이와 관련해 문경원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연내 요금 인상과 수입 가격 하락 등 미수금 증가 속도를 둔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서도 "정점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견조한 별도·해외사업 실적에도 늘어난 금융비용으로 인해 순이익 감소도 두드러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결정으로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20% 포인트 가량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본 증가에 힘입어 사채발행 한도가 상승, 에너지 위기 발생기 재무적인 대응에도 도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청정수소사업 등 천연가스 인프라 구축·에너지 안보 강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투자 사업 조정 및 비핵심자산 매각도 단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인원을 감축한 데 이어 경제적인 원재료 구매 방안 수립 등 3조8000억 원 상당의 경비 절감을 추진하는 등 요금 현실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재무적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솔루션도 마련하고 있다.
한전도 향후 5년간 20조 원에 달하는 재무개선을 달성하기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 △사업시기 조정 △비용 절감 등을 목표로 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중소기업 효율화사업 지원 확대를 비롯해 전력 생산·운송·소비를 아우르는 밸류체인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력 재배치 등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지난해 적자가 32조 원을 상회했다는 점에서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전기를 팔수록 손실을 입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천연가스값이 전년 대비 113% 가까이 치솟으면서 계통한계가격(SMP)이 높아진 까닭으로 풀이된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에 지불하는 전력 도매값으로, 가장 가격이 높은 발전기의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SMP가 킬로와트시(kWh)당 251.7원을 기록한 데 이어 12월 267.6원으로 높아지는 과정에서 12월에만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 구입에 4조8556억 원을 투입하는 등 한전의 부담도 가중됐다. 2017년 109조 원 수준이었던 부채총계가 2021년 145조 원을 넘어서고,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73조 원 규모에서 65조 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언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공사·지역난방공사·석탄공사·광해광업공단 등도 이같은 움직임에 동참하면서 지난해 12개 공기업이 당초 목표의 121%에 달하는 6조4000억 원의 실적을 달성했다"면서도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정과 누적 손실 및 국가부채를 비롯한 요소가 산재한 상황에서 목표치가 낮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