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나서면서, 기업들이 잇달아 가격 인상 계획을 유보하거나 철회하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소주 참이슬(왼쪽), 오비맥주 카스(오른쪽)/사진=각 사 제공
28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27일 “많은 언론에서 보도했듯이 가격인상 요인이 존재하지만 당분간 소주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오비맥주도 “오는 4월 주세 인상에도 당분간 제품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1월 맥주 출고가를 올린만큼, 올해 소주와 맥주에 대한 추가 인상은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밝혔다.
이들 업체는 최근까지 원부자재 값 인상 등으로 인한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 안정을 위한 정부의 협조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소주 가격 인상과 관련해 제조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주류업계가 모두 ‘당분간 가격인상은 없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한 셈이다.
앞서 정부는 주류 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부당하게 가격을 올리는지 적극 살펴보겠다고 발표했었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소주 등 국민이 정말 가까이 즐기는 그런 품목(의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오는 4월부터 주세를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업계 생산 비용이 상승한데서 촉발됐다. 제조사가 출고가를 올리면, 음식점이나 주점에서는 더 큰 폭으로 판매가를 올려 소주 1병 가격이 기존 5000원선에서 6000원까지 오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음식점에서는 이미 소주 1병이 6000원에 팔리고 있기도 하다.
주류 업계는 주세 등 가격 인상에 대한 요건은 충분하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고려해 당분간 원부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감내하겠다는 분위기다.
주류 뿐만 아니라 식품업체들도 정부의 협조 요청을 적극 받아들였다.
풀무원샘물은 다음 달 1일부터 생수 출고가를 5% 올릴 예정이었으나, 지난 27일 이 계획을 갑작스레 철회했다. 해당 내용을 담은 공문을 유통사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는 최근 식품업계 간담회를 열고, 부당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인상 폭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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