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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금산분리 규제완화로 융복합 서비스 창출해야"

2023-03-01 17:30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령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고객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 자금중개기능을 너머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육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은행권이 '금산분리' 규제에 막혀 금융-비금융 융합 서비스 제공, 기업의 성장 지원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이미 많은 해외 은행들은 '비욘드 뱅킹(Beyond Banking)'을 핵심 경영 어젠다로 삼고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 역할이 단순 자금중개에서 벗어나 국가와 개인,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까지 돕는 까닭이다. 이에 해외 은행들은 비금융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고령화,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는 가운데, 은행권이 고객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단순 자금중개기능을 너머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육성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사진=김상문 기자



대표적으로 일본계 은행들은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지역과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히로시마 은행은 인재소개업을 통해 인력부족이 심각한 중소기업의 경영을 지원하는 한편, 지역 상사를 운영하고 있다. 홋카이도 은행 등은 지역 특산품을 지역외 소비자와 연결하는 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고, 핵심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금융과 비금융이 융합된 종합서비스도 지원하고 있다. 

인도 인도국영은행(State Bank of India)은 '요노 크리시(YONO Krishi)'라는 농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첨단 농업데이터를 통해 신용평가모델을 향상시켜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자재 및 장비 중개, 맞춤형 자문 등 농업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농업관련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이용하고 있다. 

기업들이 기후금융 등 ESG 추진에 어려움이 없도록 탄소감축 설비로의 전환계획을 설계해주고 필요자금도 지원해주는 은행도 나온다. 

프랑스계 BNP 파리바스(Paribas)는 '클라이밋시드(ClimateSeed)'라는 탄소배출권 거래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고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 SMBC는 탄소배출량 측정 회사를 설립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형 은행들도 '생활금융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관련 서비스를 개발·추진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특히 '생활'은 비금융 서비스인 만큼, 이를 금융과 결합시키기 위해서는 규제 장벽이 낮아야 한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규제는 은행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평가받는다. 은행을 보유한 빅테크는 모빌리티업체를 인수해 은행 서비스와 결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은행은 규제로 인해 모빌리티업체를 인수할 수 없는 까닭이다.

국내 은행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싱가포르 DBS의 융복합 서비스도 규제완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은행이 비금융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DBS는 제휴와 자체 사업을 결합해 주택·여행·자동차·유틸리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했다. 

일본도 저성장, 고령화, ESG등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고, 업무범위를 확대했다. 은행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고,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까닭이다.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산분리 규제가 완화돼 은행의 융복합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사회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의 비금융 서비스 범위를 확대해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고객의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비금융 서비스 확대에 따른 은행 본체의 수익성과 안정성 저하에 대비해 사전에 투자한도를 규제하거나 사후 심사를 강화하는 등 섬세한 제도 설계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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