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10.29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허가 없이 분향소를 설치한 것과 관련, 서울시와 유가족들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3차원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공간에 추모 공간을 설치하는 대안이 제시돼 주목된다.
서울시의회 최재란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은 2월 28일, 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회의에서 서울시 디지털정책관의 업무보고를 받은 후,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메타버스 서울 운영에 대해 이런 의견을 제시했다고 3월 2일 밝혔다.
서울시는 제104주년 3·1절을 맞아, 이날 서대문형무소의 옛 '통곡의 미루나무'를 복원해 메타버스 서울광장에 식재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메타버스 서울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순국선열들을 기억할 수 있게, 통곡의 미루나무를 심었다"고 설명했다.
통곡의 미루나무는 서대문형무소 사형장 앞에 있던 미루나무로, 처형 직전의 독립투사들이 이 나무를 붙잡고 통곡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 지난 2020년 태풍으로 쓰러졌다.
질의하고 있는 최재란 의원/사진=서울시의회 제공
최재란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마땅히 기억해야 할 역사를 메타버스 공간에 복원, 기념하고 알리려는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10·29 참사"라며 "현재 서울광장에 자리하고 있는 이태원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메타버스 서울광장에 설치한다면, 유가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서울을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10·29 참사와 희생자를 기억할 수 있게, 메타버스 서울광장에 이태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을 검토해 주길 바란다"면서 "의미 있는 역사와 사건들을 이 공간에 다양하게 확보,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서울시와 유가족이 서울광장 분향소 존치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안은 실제 광장을 점유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오세훈 시장 등 서울시는 서울광장 분향소는 불법이라며 '강제 대집행'으로 철거할 것을 예고한 상태에서,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가 타결의 '여지'를 기대하며, 강제 철거를 유보하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시의회 박환희(국민의힘, 노원2) 운영위원장은 행정자치위원회 소관 자치경찰위원회 업무보고에서, 10·29 참사와 관련해 자치경찰권 강화방안에 대해 질의하면서 "자치경찰 사무 뿐 아니라 조직·인사·운영 권한도 서울시로 온전히 이관돼야, 시장이 시민안전과 범죄예방에 책임지고 전력을 다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와 대해 서울시 자치경찰위는 "자치경찰 사무 외에 시·도 경찰청의 조직과 신분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이원화 모델'을 정부의 건의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