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KT가 구현모 대표의 뒤를 이을 차기 수장 후보로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선정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번달 말 개최되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대표 선임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KT 이사회는 전원 합의로 윤 부문장은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하고, 정기주총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한 바 있다.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진=KT 제공
대통령실과 여당에서 연일 비판의 수위를 높인 탓에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졌으나, 3월 말까지 정기주총을 열어야 했다는 점에서 속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KT 신사업추진본부장과 미래융합사업추진실장 및 현대자동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사업부장 등을 지낸 인사를 통해 '디지코'(DIGICO)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도 정관상 자격요건과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디지털 전환(DX) 역량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 △기업가치 제고 △ESG 경영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면접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도 "윤 후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면서 "DX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주총에서 벌어질 표 대결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550만 주를 매각했음에도 최대주주의 지위를 놓지 않고 있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크고,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 등 국민연금이 대주주로 있으면서 KT의 지분을 들고 있는 '큰 손'들도 우호지분으로 평가되지 않기 때문이다.
KT는 소액주주들의 향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은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 중인 것으로 평가되며, 네이버 포털사이트를 비롯한 플랫폼에서 '여론'을 결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및 여당의 개입과 국민연금의 대량 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 등을 곱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주총에서 윤 부문장 선임안이 부결될 경우 이사회는 CEO 후보 선정 프로세스로 재돌입하게 된다. 조직개편 및 신사업 육성을 비롯한 사내외 업무도 공백 또는 지연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KT 소액주주들이 주총을 앞두고 표심을 모으고 있다./사진=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 캡처
한편, 윤 부문장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아직 후보자 신분이어서 조심스럽다"라며 "주총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의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은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으로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라고 발언했다.
특히 "네트워크와 디지털 인프라의 안정적 운용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돼 있는 만큼 한 순간도 흔들림이 없도록 챙길 것"이라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