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한국철도공사(코레일)이 올해 대규모 과징금을 물게 됐다. 정부는 나희승 현임 사장이 각종 사건과 사고의 총 책임을 지고 사퇴하도록 결의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기업 내부 조직과 문화를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 긴급 복구반원들이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에서 사고 열차를 크레인으로 옮기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연합뉴스
11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 중 발생한 7건의 철도안전법 위반 사안과 관련, 코레일에 과징금 19억2000만 원을 부과했다.
국토부가 문제 삼은 사건·사고는 △근무 형태(3조 2교대→4조 2교대) 무단 변경 △수서고속선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 사고 △중앙선 중랑역 직원 사망사고 △일산선 정발산역 직원 사망 사고 △단락동선 설치 등 시정 조치 명령 불이행 △부적정 유지관리대장 관리 시정조치 명령 불이행 등이다.
2020년 8월부터 코레일은 철도안전관리체계 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열차 운행·유지 관리 체계를 기존 3조 2교대에서 4조 2교대 체제로 바꿨다. 이와 관련, 코레일은 1억2000만 원을 물게 됐다.
유지 관리 인력 감소로 이어지는 근무 형태 변경은 안전관리체계 변경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나, 이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철도안전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코레일은 철도 운행 안전성 확보를 위해 낙하물에 대한 방지 대책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고,철도운행안전관리자의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감독 부처인 국토부로부터 시정 조치 명령을 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아 철도안전법을 위반하는 경우도 2건이나 있었다. 앞서 코레일은 올해 1월 26일 제1회 행정처분 심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8억 원을 맞은 바 있어 '사고철도공사'라는 오명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코레일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만큼 매년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경영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코레일은 2016년 C, 2017년 C, 2018년 B, 2019년 D, 2020 D, 2021 E를 받아 경영 성적이 낙제점에 가깝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나희승 코레일 사장 재임 기간 중 일어난 일들에 대한 책임을 물고자 법적 절차를 밟아 윤석열 대통령에 해임 건의안을 상신해 재가를 받았다. 그러나 코레일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박한 경영 평가를 받아드는 것은 조직 자체의 문제라는 분석이다.
나 사장은 서울산업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겸임 교수·한국철도기술연구원장·국제철도연맹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장 등을 역임한 철도 전문가로 분류된다. 일각에서는 나 사장이 이와 같은 경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코레일 내부 조직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져 각종 사고가 재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철도 전문가가 사장직에 올라도 반복적인 문제가 생긴다는 점은 조직 쇄신과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과징금을 물렸다는 것은 국토부 또한 코레일 혁신 필요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느슨해진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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