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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SVB 사태 전세계 피해 확산…영국 IT업계 "당국 즉각 대응해야"

2023-03-12 16:41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미국 스타트업의 대표 은행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권과 기업들로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국 등 각국 규제 당국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국 스타트업의 대표 은행으로 알려진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전 세계 금융권과 기업들로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영국 등 각국 규제 당국은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제공



12일 연합뉴스가 블룸버그·AP·AFP 통신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SVB 영국지점도 파산 선언을 앞두고 있다. 해당 지점은 이미 거래를 중단하고 신규 고객도 받지 않고 있다. 

이에 약 180개의 영국 IT업체는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장관에게 "(은행이 문을 여는) 월요일에 위기가 시작될 것이므로 당국이 지금 막아줘야 한다"며 개입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예치금 손실은 IT 부문에 심각한 손상을 주고 기업 생태계를 20년 뒤로 되돌릴 수도 있다"며 "많은 기업이 하룻밤 새 강제청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도에 따르면 헌트 장관은 이날 오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와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 영국 재무부는 현재 스타트업들에 예금 규모 및 현금 손실 추정액 등을 파악하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는 기업과 간담회를 열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대통령과 주지사가 실리콘밸리은행과 이 상황을 다루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에 각국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을 펼치지 않으면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SVB는 캐나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인도, 이스라엘, 스웨덴 등지에도 진출한 상태다. 

이에 캐나다에서는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토론토의 광고 기술 개발 업체인 '어큐티 애즈'는 보유 현금의 90%에 달하는 5500만 달러(727억 원)를 SVB에 예치해 나머지 은행에 있는 현금이 48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지난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지난 10일 거래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업체 외에도 실제 SVB 캐나다 지점에서는 현지 기업을 대거 고객으로 유치하면서 지난해 기업여신을 두 배 이상 늘렸다. 보도에 따르면 SVB 캐나다 지점의 여신잔액은 지난해 4억3500만 캐나다달러(4160억 원)로 2021년 2억 1200만 캐나다달러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내 설립한 SVB 합작 법인(硅谷銀行)은 '독자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 달래기에 나섰다.

아시아 기술 리더들도 이번 사태의 잠재적 파급 효과를 평가하는 데 분주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샹그릴라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졸업생 모임에서는 금융가·기업가들이 관련 소식을 공유했고,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스타트업 창업자·투자자 회의에서도 이 주제가 논의됐다는 후문이다. 

류정닝 중국국제금융공사(CICC) 분석가 등은 한 메모에서 "기술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R&D)과 직원 임금 등에 많은 현금이 필요해 예치금이 매우 중요하다"며 "SVB 사태가 기술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이런 예치금이 파산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을 보게 되면 일부 기술 기업들은 큰 현금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파산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SVB 본점이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금융계 외 농업계로 피해가 커질 조짐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세계적 와인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는 이번 사태로 오랜 명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노마 카운티의 한 와인 농장 관계자는 "SVB는 와인 농장의 가장 중요한 대출 기관 중 하나였다"면서 "만약 이 은행이 사라지면 이미 대출 이자 상승에 시달려온 와인 산업이 분명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시장에도 이번 사태로 충격을 받았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 달러와 연동해 1달러에 거래되는 스테이블 화폐 'USDC'는 이번 주말 사이 역대 최저가인 0.85달러까지 내려갔다. 현재는 1달러 근처로 회복됐다. 

USDC의 급락은 발행사인 서클이 지난 10일 "400억 달러(53조 원)가량의 준비금 중 33억 달러(4조3659억 원)가 SVB에 있다"고 밝힌 까닭이다. 하지만 서클 측이 SVB에 묶인 준비금으로 발생한 부족분을 다른 자금으로 메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시세는 회복됐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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