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투자자들의 ‘긴 주말’이 무사히 정리됐다. 지난주 미국의 실리콘뱅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금융시장 최고의 리스크로 급부상하며 국내는 물론 국제금융시장의 공포감이 자극됐지만, 미국 정부가 고객들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하면서 그러나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은 언제라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곧장 나온다.
지난주 미국의 실리콘뱅크은행(SVB) 파산 사태가 금융시장 최고의 리스크로 급부상하며 국내는 물론 국제금융시장의 공포감이 자극됐다. /사진=KB국민은행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불거진 미국 SVB의 ‘초고속 파산’ 소식의 충격이 조금씩 진정되는 모습이다.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던 SVB가 불과 이틀 만에 파산하면서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뒤이어 뉴욕 시그니처은행 폐쇄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로 주말을 보냈다.
상황이 진정된 것은 한국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직전인 오전 8시 경이었다.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은 현지시간으로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뉴욕주 금융당국에 의해 이날 폐쇄된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아시아 증시가 개장하면서 ‘쇼크’를 받을 경우 미국 시장의 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한 선제조치로 보인다. 일각에서 이번 SVB 파산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에 그때와는 다른 경로를 만들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SVB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문을 닫은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미국에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다.
당연히 한국의 상황도 숨 가쁘게 돌아갔다. 사실 한국과 SVB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이 크지는 않다. 한국에는 SVB 지점조차 진출해있지 않으며, 국내 은행이나 보험 등 기관투자자가 SVB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SVB 파이낸셜 그룹의 지분을 10만795주 보유했다고 신고한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연관성의 거의 전부다.
이번 이슈가 빠르게 해결되면서 국내 증시는 확실히 안도한 모습이다. 개장 직전 나스닥 선물지수가 급등한 영향을 받아 일각에서 제기됐던 ‘검은 월요일’ 시나리오는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오후 들어서도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33% 상승하며 2400선을 회복했다. 코스닥은 하락세지만 낙폭은 0.5% 수준으로 ‘충격’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니다.
시장의 시선은 어느덧 SVB 다음으로 넘어가 있다. 이번 위기는 잘 넘겼지만 또 다른 암초가 어디에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전한 대형 은행의 자산상황과 정부의 발빠른 대처로 은행권 내 리스크 전이는 일단락 될 것”이라면서도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지속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 연준의 긴축 포지션이 이번 사태로 완화될 것인지도 시장의 큰 관심사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Fed)이 이번 사태로 긴축에서 쉽게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 짚으면서도 “(긴축 완화) 가능성은 조금 높아졌고 어떤 이유에서건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