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쇼크'가 빠르게 해결 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잠재적인 금융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최근 들어 해외주식 투자 여건 확충에 나섰던 국내 증권사들은 이번 사건이 미국 등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투자심리 위축을 야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VB 쇼크의 여파가 한국 시장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 넘게 급락한 2360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닥은 거의 3% 가까이 급락하며 760선까지 밀린 상태다.
독특한 점은 장중 나스닥 선물이 소폭이나마 상승하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변수 모두 국내지수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임을 감안할 때 이날 급락세가 다분히 심리적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발 빠른 수습에 나서면서 SVB 파산에 따른 여파를 수습했지만, SVB는 시작일 뿐이라는 공포감이 시장에 잔존해 있다는 뜻도 될 수 있다.
국내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를 근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나 국내‧해외를 막론하고 주식 투자에 대한 고객들의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이미 작년 4분기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86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급감한 상태였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역시 724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87%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SVB 파산이 벤처기업과 바이오 기업 등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최근 미국주식 ‘주간매매’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은 타이밍이라 투자심리 악화 현황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다. 주요 증권사 거의 모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해외주식에 관심을 가질 만한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지 않은 까닭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SVB 파산이 시스템 리스크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걱정과 달리 건전한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정부의 신속한 대응 덕분에 금융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면서 “양호한 미국의 금융 시스템과 미국 정부 기관들의 적절한 대응은 투자처로써 미국의 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는 위축될 수 있으며, 연준의 문제 인식과 대응을 확인할 수 있는 3월 FOMC 전까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투자의 안정성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되고, 퀄리티 요소를 가진 대형 기업들이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