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도입 취지와 다르게 고용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고 경영성과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나,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5일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사업체패널조사(2017년, 2019년)를 기초로 이중차분법(DID)을 사용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 분석했다. DID는 제도·정책 변화시기를 전후로 적용을 받는 집단(실험집단)과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통제집단) 간의 차이를 비교․분석하여, 정책의 순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근로자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분석 결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고용의 증가에는 뚜렷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누는 효과가 나타나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었으나, 실증분석 결과 고용증가율은 음수값을 나타냈지만 비유의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됐으나, 기업의 생산성(1인당 매출액)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기업들이 대응 방식 변화, 제도의 장점 활용(자동화 및 최신설비에 대한 투자 증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근로자의 피로 완화, 근로시간 집중력 증대 등) 등으로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생산성 저하에 대처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은 기업의 경영성과에는 부정적인 영향(유의적인 음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총자산이익률은 약 0.82%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유의적인 수치로 분석됐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자기자본이익률에도 유의적인 음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주 52시간제는 자기자본이익률을 약 3.01%포인트 감소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삼중차분법(DDD)을 통해 주 52시간 근무제의 영향이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는 기업체과 그렇지 않은 기업체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분석했다. DDD는 주52시간 근로제 적용 전후, 주52시간 적용집단과 미적용집단,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시행 집단과 미시행 집단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했다.
분석결과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운영 여부가 기업 성과(총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에 미치는 영향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총자산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에 미치는 각각의 영향에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운영업체는 그렇지 않은 기업체에 비해 높은 수치(양의 계수값)를 나타내었으나 유의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경영성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여지는 존재하지만 유의적인 수치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향후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책적 개선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고용 증가율에는 별다른(유의적)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서 기업의 성과만 감소시키고 있어, 제도 개편을 통한 효율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경우도 단위기간 및 정산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노동시장 개혁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확대하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장근로시간 관리단위를 분기, 반기, 연 등으로 확대할 때 총 연장근로시간을 월 단위 대비 감축하는 것은 근로시간 유연화의 취지를 감소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진성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하여 향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도 최대 1년으로 연장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하여 제도의 효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