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메르스를 놓고 벌이는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의 모양새가 영 눈에 거슬린다. 기회인양 치고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와 공동대응을 떠보다 ‘한방’ 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세계보건기구(WHO) 기자회견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국민들은 불안심리로 시장가기 조차 꺼리고 메르스로 졸지에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은 부모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채 슬픔에 겨워하고 있다. 방역당국과 메르스 환자가 나온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메르스 퇴치를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메르스 전사를 자처하고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잇단 과잉대응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안철수 의원에게 “상품성을 높일 좋은 기회”라며 “방역복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부 방역센터와 주요 병원을 돌라고 조언”하는 기막힌 제안을 했다.
▲ 메르스 전사를 자처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전사’ 선언에 대해 안철수 의원은 “과잉 대응하면 국민이 지나친 불안감을 갖게 되고 경기침체 등 부작용이 크다”며 경계했다. 경계임과 동시에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는 더욱 미묘하다. 문재인 대표는 4일 “내일 경기도에서 메르스 현장대책회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청 지사실에서 새정치연합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등이 메르스 현장대책회의를 열고 해법을 모색할 것이란 얘기였다.
하지만 이날 박원순 시장은 한 밤 메르스와 관련 ‘서울시 조치계획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박원순 시장의 한 밤 브리핑은 여야는 물론이고 정부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지만 누구보다도 뒤통수를 맞은 것은 문재인 대표다.
메르스라는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전염병에 대해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높아지던 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한폭탄을 터트린 것이다. 전격적으로 열린 한 밤 긴급브리핑에서 박원순 시장은 “35번째 환자(A 씨)는 메르스 지역 확산과 직결된다”며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시민안전을 지키는 일에 집중하고 시 자체적으로 강력한 대책을 세워나갈 것”이라고 ‘메르스 전사’를 선언했다.
▲ 박원순 시장의 한 밤 메르스 브리핑에 당혹해 하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사진=연합뉴스 |
박원순 시장의 한밤 브리핑 후 서울시는 앞서 35번 환자가 참석했던 재건축조합 총회 참가자 1565명을 전수 조사했다. 결과는 모두 음성 판정이었다. 35번 환자는 박 시장의 브리핑 내용에 거세게 반발했고 이후 병세가 급속히 나빠졌다. 환자 가족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병세가 더 악화됐다”며 박 시장을 원망했다.
결국 이날의 한 밤 브리핑은 아무런 사실관계 확인 없이 혼자서 벌인 메르스 정치쇼로 끝났고 박 시장이 지목했던 35번 환자만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박 시장의 ‘오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박 시장은 지난 주말 메르스 슈퍼 감염지인 삼성서울병원의 비정규직 근로자 2944명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이미 정규직 비정규직 7800명의 직원들에 대해 전수 조사를 마친 상태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굳이 하겠단다. 그것도 정규직은 빼고 비정규직원만.
삼성서울병원의 조사를 못 믿겠다는 박 시장의 독선과 함께 의아스러운 점은 정규직은 버려두고 비정규직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정규직 비정규직을 구분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메르스를 놓고 벌이는 박원순 시장의 편가르기와 홀로 전사를 자처한 속내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