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지난해 창사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물산이 자기자본의 급격한 감소로 부채비율이 상승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아이러니 같은 일이 벌어졌다. 10만 전자를 바라보던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삼성물산 개별기준 영업실적 및 주요 재무지표./출처=삼성물산 사업보고서
삼성물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개별 기준 자산총계는 39조 6363억 원으로 2021년말(44조 1809억 원) 보다 10.3% 줄었다.
기타포괄손익에서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이 28조 4994억 원에서 21조 5939억 원으로 7조 원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다. 이는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에 따른 결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40%를 보유하고 있는데 장부가액이 23조 3975억 원에서 16조 5246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순자산도 2021년말 28조 4080억 원에서 지난해말 23조 9236억 원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삼성물산 자산총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7%에 달하면서 삼성전자 주가 하락으로 삼성물산의 자산은 10.3%, 자본은 15.8% 감소한 셈이다. 부채비율도 55.5%에서 65.7%로 상승했다.
삼성물산의 현금흐름도 삼성전자 배당금에 따라 큰 변동 폭을 보였다.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3418억 원으로 2021년(9759억 원)에 비해 65.0% 줄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3782억 원에서 3889억 원으로 개선됐다.
본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삼성전자 배당금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 삼성전자가 특별배당을 하면서 삼성물산이 받은 배당금은 2021년 1조 5404억 원으로 늘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평소 수준인 6441억 원으로 줄었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삼성물산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자산이 오히려 감소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며 “자산의 절반가량을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차지하면서 이에 따라 자산과 현금흐름 등의 변동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입금·회사채 등 외부 차입 2조 원 증가…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
삼성물산의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은 1조 1409억 원으로 전년(1조 1027억 원)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했다. 외부 차입이 2조 원 넘게 대폭 증가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로 현금이 빠져나갔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조 3402억 원을 기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 2168억 원을 출자한 것이다.
유상증자 참여 자금 조달을 위해 차입금 규모는 대폭 늘어났다. 삼성물산의 단기 차입금은 2021년말 7561억 원에서 지난해말 1조 3109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으며, 장기차입금도 1조 원이 늘었다. 지난해 4월 5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하면서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입액은 2조 6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 참여 1조 2168억 원을 비롯해 배당금 지급 6928억 원, 자사주 매입에 1987억 원이 나갔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