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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젤III·자체정상화 계획도 있는데" 은행 '건전성 규제강화' 괜찮나

2023-03-18 09:42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거듭된 대내외 금리인상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을 계기로 올해 은행 감독목표를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강화'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은행권에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및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기준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기존 건전성 규제인 '바젤III 자본규제'를 따르고 있고, 당국 요청으로 '자체정상화계획안'까지 내놓는 상황에서 당국이 지나치게 중복규제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거듭된 대내외 금리인상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을 계기로 올해 은행 감독목표를 '은행권의 자산건전성 강화'로 내걸었다. /사진=김상문 기자



특히 최근 미 SVB, 퍼스트리퍼블릭 외 스위스 크레딧스위스(CS) 등이 모두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것과 달리, 국내 은행권은 '대출 중심' 포트폴리오인 탓에 지나친 자본건전성 강화 조치가 오히려 개별 은행의 대출(여신) 영업을 위축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해외 은행들의 위기 근원이 국내와는 다소 동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당국 "건전성 양호하지만 충당금 적립 선진국보다 낮아 우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2023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지난 16일 공동 발표한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에서의 내용들을 자세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금감원은 올해 은행권 감독목표로 '자산건전성 강화'를 내걸 정도로 한층 강화된 건전성 강화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김영주 금감원 부원장보는 "미 SVB 사례와 같이 해외로부터 발생한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도 강화하겠다"면서 "경제상황 악화시에도 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대손준비금 도입 및 경기대응완충자본(CCyB) 적립기준 개선 등 손실흡수능력을 확충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국의 이러한 조치는 SVB 사태 등 해외 은행의 위기설 외에도 국내 은행권의 지난해 원화대출 연체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보통주자본비율도 하락한 까닭이다. 

1월 말 은행권 원화대출 연체율은 0.31%로 전월 말 0.25% 대비 0.06%p 상승했다. 지난 4년(2020~2023년)간 1월 연체율 변동폭을 놓고 보면 최고치다.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현재 12.26%로 당국의 규제권고치를 상회하지만 거듭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권은 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이 비율을 14.5%까지 올려야 할 전망이다. 

4대 은행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난해 9월 말 신한 13.98%, KB국민 13.96%, 하나 14.52%, 우리 12.42% 순이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보통주자본비율을 권고치만큼 끌어올리려면 신한은행 9811억 원, 국민은행 1조 2254억 원, 우리은행은 3조 5813억 원을 각각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만기연장, 상환유예 조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부실이 한꺼번에 확대될 수도 있다. 실제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9월 현재 0.38%로 역대 최저를 기록해 부실이 없는 것과 같은 통계적 착시를 일으키고 있다.

김준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현재까지 국내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대체로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지난해 9월 말 기준 보통주 자본비율이 12.26%를 기록해 이 부분이 떨어지는 것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라 시장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건전성 등에) 이런 부분을 어떻게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 중"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9월 223.9%(12월 227.2% 추정)를 기록해 '굉장히 양호하다'고 평가했지만,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에서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낮다는 점을 들어 추가 적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 국장은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적립현황은 223.9%로 나왔는데 12월 말로는 227.2%정도로 굉장히 양호한 상황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손충당금을 놓고 보면 거의 양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충당금을 많이 쌓았음에도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가야할 길이 남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계 은행들과 국내 5대 은행을 비교하면,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우리나라가 243.8%(지난해 9월 기준)로 미국 210.5%(지난해 6월 기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반면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우리나라 0.51%, 미국 1.49%로, 미국이 우리나라를 훨씬 웃돌고 있다. 

당국의 이러한 우려는 국내 은행들이 지표상으로는 자본건전성 규제기준치를 훨씬 상회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사전예방적으로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업계 "기존 건전성 규제 있는데…중복규제 아니냐"

당국이 이번에 건전성 강화 조치로 내놓은 방안을 종합하면, △CCyB 적립기준 개선 △스트레스완충자본(스트레스테스트 후 추가 자본적립 의무 부과) 도입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시행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CCyB는 바젤III 자본규제의 일환으로 신용팽창 시기에 은행이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해 과도한 신용 확대를 억제하도록 한다. 반대로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적립된 자본을 활용해 신용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제도다. 국내에는 지난 2016년 도입됐는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불확실성을 고려해 현재까지 '0%' 적립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지나친 규제를 펼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됐다. SVB 사태의 심각성을 우려해 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동감하면서도, 기존 건전성 규제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시각이다. 

전날 한 참석자는 "(새) 제도 설계를 할 때 기존 바젤III 등으로 이뤄지고 있는 자본건전성 관련 규제들이 있다. 기존 규제와 중복되지 않게끔 제도를 살펴봐줬으면 한다"면서 "5개 은행의 경우 자체정상화계획이라 해서 스트레스테스트를 기반한 비율관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국장은 "국제정합성을 충분히 고려해 CCyB나 스트레스완충자본을 도입하겠다"면서도 "CCyB와 스트레스완충자본을 도입하는 방안을 6월까지 마련하겠다 했는데 구체적인 게 아직 안 나왔다. 실제 법규화할 지 법규화 아니고 제재만 할 지도 확정이 안 됐다"고 답했다. 

전날 설명회에서의 우려와 궤를 같이 해 업계에서는 건전성 강화 조치가 여신영업 위축으로 악순환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내외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로 은행권 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 생각이 된다"면서도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자본증권의 발행이나 배당금 유보 등을 해야 하는 상황이나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증권 발행 비용의 증가,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활동 강화 등으로 자본금 늘리기 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위험가중자산을 줄여가면서 건전성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될 경우 은행의 여신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은행과 국내 은행의 자산 포트폴리오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을 들어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번에 파산 등의 문제에 시달린 해외 은행들은 고객 예금을 회사채 및 국채 발행 등으로 대체하는 등 채권을 운용했다. 급격한 금리인상기에 해외 은행들이 채권 가격의 급락으로 손실을 입은 게 알려지면서 대규모 인출사태(뱅크런)로 이어진 것이다. 

반대로 국내 은행들은 고객 예금을 대부분 다수의 대출자에게 다양한 대출 포트폴리오를 통해 대출을 내어줘 사실상 논외라는 평가다. 역설적으로 당국이 은행권을 대상으로 호되게 비판한 '이자장사' 중심의 전업주의 영업구조 덕분에 파산 위기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처럼 규제를 적용하면 은행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을 대거 건전성 강화에만 쏟아야 하는 만큼, 대출영업은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건전성 강화 조치를 기존보다 훨씬 상회해 대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은행이 충분한 자기자본 충당금을 쌓지 않고 운용해서 수익이 났다면 '이자장사 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미 충분한 자본을 리스크에 대비해 쌓고 수익을 운용했음에도 이자장사라고 얘기하는 건 어폐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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