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전기차용 2차 전지(배터리)가 단순 재활용을 수준을 넘어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면서 관련 업체들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현지시간) 유럽(EU)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이 공개되면서 배터리 원자재 중국 수급 의존도를 낮출 획기적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1일 업계와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올해 7000억 원에서 2025년 약 3조 원, 2050년 약 60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5~1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2023 전시장 입구가 관람객들로 붐비는 모습./사진=조성준 기자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확장은 전기차의 빠른 보급과 이에 따른 전기차 폐차량 확대와 직접 연결돼 있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가 2030년 411만대에 이어 2040년에는 4227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배터리 용량 기준으로는 2030년 338GWh(기가와트시), 2040년 3339GWh 규모다.
자연스레 폐배터리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355개 수준인 국내 폐배터리는 2025년 8300여개로 증가하고 2029년에는 8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폐배터리를 재상품화한다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는 동시에 배터리 개발에 필요한 원자재 수급 문제도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CRMA 초안은 전략적 원자재 소비량의 65% 이상을 유럽이 아닌 특정한 제3국에서 수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원자재의 15%를 폐배터리 등을 재활용해 조달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에 대비해 미국, 호주, 칠레 등으로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상황이지만 배터리 필수 광물인 수산화리튬을 비롯한 코발트, 천연흑연 등이 크게는 약 94%가 중국산인 만큼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리튬과 코발트는 중국을 빼면 매장량 대부분이 남미와 오세아니아에 몰려 있어 폐배터리를 분해해 유럽에서 부족한 핵심 광물을 확보해 자체 조달한다면 중국 원자재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재 유의미한 수준에서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한 업체들은 국내 업체 중 포스코홀딩스, 성일하이텍, 아이에스티엠씨, 유미코아 등이 있다.
포스코홀딩스·성일하이텍과 벨기에 유미코아 등은 유럽에 공장을 세워 폐배터리 재활용 및 상품화에 돌입한 업체들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기업라이사이클(Li-Cycle)에 6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하며 재활용 분야에 진입했다. 라이사이클은 북미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업체다.
이밖에 에코프로그룹도 자회사 에코프로 CnG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나서 향후 기대를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RMA가 사업을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리사이클 수량이 배터리 신규 생산 물량을 역전하는 때를 2029년 정도로 예측하는 만큼 전기차·배터리 제조사들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