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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조 로봇 시장 잡아라"…삼성·LG '신사업' 선제적 투자

2023-03-27 13:17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로봇 시장에 대한 국내 전자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 회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고, LG전자는 꾸준히 로봇 관련 사업부를 확대 중이다. 로봇 시장의 성장성을 예견한 기업들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282억 달러(약 36조4400억 원) 규모인 전 세계 로봇시장은 2030년 831억 달러(약 107조3900억 원)로 연간 13%씩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로봇 시장 점유를 위해 저마다의 전략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휴먼 수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LG 클로이 가이드봇’과 모델들이 초대형 조형물 ‘올레드 지평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제공



먼저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로봇업체인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 91만3936주를 277억8365만원에 장외 매수했다. 오준호 카이스트 교수가 지난 2011년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협동로봇·보행로봇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에도 590억 원을 투자해 이 회사의 지분 10.22%를 확보한 바 있다. 이번 추가 주식 매수로 삼성전자의 지분은 14.99%로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해 콜옵션 권한을 확보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 계약을 통해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의 전량 또는 일부를 일정 기간 동안 삼성전자에 팔도록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콜옵션을 모두 행사할 경우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59.94%까지 늘어나게 돼,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경영권 확보와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1일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인수합병(M&A)과 관련된 질문에 “보안 사항”이라며 “조금씩 성사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연내 인수가 목표지만) 상대방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잘 맞춰나가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한 부회장은 “로봇 사업 확대에 총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삼성리서치에 많은 엔지니어가 모여 삼성 로봇 플랫폼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분 매입이 로봇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해 보조기구 로봇인 EX1(엑스원)을 출시할 예정인 삼성전자는 단순한 제품 출시 외에도 관련 플랫폼, 전용 소프트웨어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전략이기도 하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1년 로봇과 인공지능에 향후 3년간 24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초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한 바 있다.

또 다른 전자 업계인 LG전자는 서비스 로봇 분야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LG전자의 로봇사업 매출이 300억 원을 기록하고 2025년엔 13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8년 로봇 관련 부서를 ‘로봇사업센터’로 통합한 뒤,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본부로 2020년 이관한 LG전자는 지난해 말 로봇사업담당 산하에 해외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며 해외 사업 확대도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7년 ‘에스지로보틱스’를 시작으로 이듬해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 인공지능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매장용 로봇솔루션 업체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해 왔다. 

또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한 로봇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지난 2017년 인천국제공항에서 클로이 가이드봇을 시범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서브봇(서랍형·선반형), UV-C봇, 캐리봇, 잔디깎이봇 등 총 5종의 로봇 라인업을 호텔, 도서관, 병원 등 다양한 곳에 공급 중이다.

다만 현재 한국의 로봇산업 종합 경쟁력은 미국, 일본, 중국, 독일, 스위스 등 주요 6개국 중 꼴찌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이 종합경쟁력 1위, 독일이 2위, 미국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중국은 보조금 지급, R&D 비용 100% 공제 등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로, 한국 추월을 본격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로봇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봉만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본부장은 “로봇산업은 경쟁국들이 미래의 산업 주도권을 위해 전략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분야”라며 “신산업인만큼 일상 속에서 알지 못하는 기존 규제들이 서비스 발달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선제적인 규제 혁신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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