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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과점 해결, 차별화된 인뱅 설립이 최선"…혁신금융 개발 '과제'

2023-03-27 13:52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은행권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의 원인으로 '은행권 과점체계'가 원인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인터넷은행을 추가 설립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혁신 및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 소외계층 대상 금융서비스 제공 등으로 전통 금융권의 아성을 흔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인터넷뱅크 5주년; 뉴 뱅킹, 메이크 머니(New Banking, Make Money)' 간담회를 열고, 인터넷은행 성과 및 향후 과제 등 혁신 금융을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인터넷뱅크 5주년; 뉴 뱅킹, 메이크 머니(New Banking, Make Money)' 간담회를 열고, 인터넷은행 성과 및 향후 과제 등 혁신 금융을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사진=류준현 기자



이날 발표를 맡은 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은행업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본질적으로 '쿠르노(cournot) 과점시장'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리키며,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쿠르노 과점시장은 제한된 숫자의 경쟁사들이 상호 가격경쟁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결정을 고려해 각자의 생산량을 결정하고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제한된 경쟁체제 하에서 플레이어들이 충분치 않은 경쟁으로 이익을 누리는 것이다.

신 위원은 쿠르노 과점이론을 기반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당국이 진입장벽을 낮춰 완전경쟁에 가까운 형태로 재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은 은행산업의 불안정성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완전경쟁 형태의 은행산업은 경제에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실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비슷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소수의 차별화되지 않은 신규 은행을 추가하는 것인데,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설립 초기에는 고객 확보를 위해 기존 은행들보다 적극적으로 수신 및 대출 경쟁에 나설 수 있지만, 일정 시점이 흐르면 쿠르노 경쟁적 상황으로 회귀해 현재 '5대 시중은행 체제'처럼 과점적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당국으로선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된 인터넷은행을 추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터넷은행은 △고도의 혁신 능력 △플랫폼 운영 능력 △데이터 분석 능력 등을 토대로 기존 은행들에게 혁신 및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을 줄 수 있고, 기존 은행권에서 소외됐던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까닭이다. 

신 위원은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 혁신을 지속함으로써 소비자 편의성을 제공하고 은행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의 혁신을 선도해야 한다"며 "인터넷은행의 도입취지를 생각하면 기존 은행과 비슷한 영업을 할 경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궤를 같이 해 '시장방임적 정책'보다 '적절한 규제'를 반영해 사회적 이익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 교수는 "다수 선행연구에 따르면 경쟁 심화에 따라 대출금리가 낮아질 경우 차주(대출자)의 위험추구 동기가 감소하기 때문에 은행권 전체의 위험 감소 효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면서도 "경쟁이 과도해질 경우, 은행의 유동성 버퍼가 감소함에 따라 건전성이 저해되는 효과가 보다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강화가 자칫 시장실패로 이어질 수 있지만 효율성 제고의 핵심적 동인인 만큼, 적절한 규제가 수반되면 사회적으로 유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뱅크로 은행의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은행 서비스의 접근성이 높아진 점은 은행산업의 효율성 및 소비자 후생의 증진 차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긍정적 효과를 극대화할 방향의 제도 재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건전성 관리 우선해야…중금리대출 비중 탄력적 조정나서야

인터넷은행들의 숙명인 '중·저신용자 대출'도 이날 간담회에서 거론됐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가계대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진 점을 가리켜, 포용금융 확대보다 부실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시장금리 상승 속 은행 3사가 금융당국의 포용금융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중금리대출을 늘릴 경우 부실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는 까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사 평균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0.53%로 전년 9월 말 0.39% 대비 0.14%포인트(p) 상승했다. 1년 전 0.29%와 견주면 0.24%p 급등한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총여신 1위인 카카오뱅크가 0.36%로 전년 9월 말 0.29%보다 0.07%p 상승했다. 케이뱅크는 0.95%로 3개월 전 0.76% 대비 0.19%p 급등해 수출입은행을 제외하면 비교군 중 가장 높았다. 토스뱅크는 0.23%에서 0.53%로 역시 0.30%p 급등해 절대 상승 규모로는 20개 은행 중 최대를 기록했다. 

연체율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포용금융 확대에 치우치기 보다 부실관리를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 SVB 사태를 재연하지 않도록 은행 3사가 리스크관리부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중금리대출 목표달성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렸는데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부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업무영역이 다양하지 않아 리스크분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3사의 지난해 말 포용금융 비중은 카뱅 25.4% 케뱅 25.1% 토뱅 40.37%로 각각 집계됐는데,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카뱅 19.9% 케뱅 20.2% 토뱅 31.4%에 불과했다. 당국의 압박에 부득이 3사가 중금리대출을 확대하면서 부실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3사의 연말 포용금융 목표치는 카뱅 30% 케뱅 32% 토뱅 44%다.

여 교수도 중저신용자 대출이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여 교수는 "향후 경기가 침체될 경우 인터넷은행 전반에 걸쳐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경기 상황에 맞춰 보다 탄력적인 정책 운영이나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신용대출 비율을 다소 완화하거나 3사의 자본규모 대비 일정 수준을 제시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금리대출의 핵심 요소인 신용평가모형(CSS)에 대해 여 교수는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시중은행에서 적절한 대출을 받아오지 못한 중신용자 중 상환여력이 있는 대출자를 잘 선별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면서도 "새 신용평가모형이 유효하다는 증거일 뿐 금리상승기에 발생할 수 있는 연체리스크를 반영한 안정성까지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평가했다.

민 교수도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인터넷뱅크의 모바일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예금보험 상한 상향 조정이 필요하며, 대출 포트폴리오를 충분히 다양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중저신용자대출 비중 목표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인터넷뱅크가 소비자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제공해 온 것이 사실이나 혁신적 측면에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므로 자율적으로 강화된 보안 기준을 갖추고 제도 개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당국에서는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기업 및 개인사업자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규제개선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인터넷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가계신용대출 외 법인대출 개인사업자대출도 허용돼 있는데 가계 신용대출에 치중돼 있다"며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개인사업자 중소기업 대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개선할 게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출 확대 및 건전성 강화를 위해 CSS 고도화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수평적·유연한 소통문화, 혁신금융 '씨앗'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인터넷은행에 종사 중인 청년 직원들도 자리해 각사 사내문화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3사는 직급과 무관한 통일된 호칭과 유연한 소통문화로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를 무기로 기존 금융권보다 혁신적인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권미옥 카뱅 매니저는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소신있게 의견을 말한다"며 나이나 연차에 상관없는 소통문화가 혁신금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하는 과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고, 긴 휴가제도 등을 통해 개인의 업무효율성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수경 케뱅 매니저는 자신을 포함한 4명의 직원들이 1개월 반만에 개발한 '기분통장'을 소개하며, 나이나 직급과 무관한 모두가 수평적인 소통문화 덕분에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를 '님'으로 호칭하고 있다"며 "수평적인 문화속에서 의사소통을 하면서 빠르게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기존 전통 은행권이 자신의 일만 처리하는 '각자도생' 문화였다면, 케뱅은 유연한 사내문화로 동료들과 협업함으로써 더 좋은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이상민 토뱅 매니저도 "토스뱅크는 가장 젊고 역동적인 은행"이라며 수평적 문화를 소개했다. 토뱅 임직원의 평균연령은 34.6세로, 모든 동료를 '님'으로 호칭하고 있다.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가 '보여주기'식이 아닌, 좋은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윤 의원은 "오늘 토론회가 더 편한 서비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전문은행으로 거듭나는 새로운 출발이 될 것을 기대한다"며 "인터넷뱅크의 도약이 금융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입법과 정책을 통해 자율과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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