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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부진 여파...대중국 무역 적자국으로 전락

2023-03-28 14:08 | 조성준 기자 | abc@mediapen.com
[미디어펜=조성준 기자]최근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반도체·자동차를 대표로 한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대중 무역수지 누계액은 50억74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중국이 무역 상대국 중 최대 적자국으로 기록됐다.

월간·연간 기준 모두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3월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1∼20일 기준 작년 동기 대비 대중 수출은 36.2% 줄고 수입은 9.1% 늘었다.

중국은 2018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흑자국(556억3600만 달러)이었다. 그러다 2019년 2위(289억7400만 달러), 2020년(236억8000만 달러)과 2021년(242억8500만 달러) 3위로 하락하더니 지난해(12억1300만 달러)에는 22위까지 내려갔다.

대중 무역수지가 2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1992년 적자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 흑자를 기록한 해 중에서는 작년이 처음이다.

특히 반도체·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 중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지만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 제품 중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월(-31.1%), 2월(-24.3%)에 이어 이달 1~20일에만 36.2% 줄었다.

반도체는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제품까지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수출액이 줄고 있다. 메모리 제품은 수요 감소로 재고가 누적된 데다 가격까지 내려가면서 지난해 7월부터 수출액이 연속 감소세다. 

비교적 가격 유지가 되던 시스템 제품도 전방 산업 수요 위축 여파로 주문 감소와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해 수출액이 올해부터 큰 폭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2018년 미‧중 무역전쟁 후 미국의 대중 기술제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중국이 과학기술 자립화에 힘쓰고 있는 점도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기계설비, 석유화학제품 등에 필요한 중간재 국산화에 매진하고 있다. 미‧중 대립에 따른 반도체 중간재 수출이 막힌 것은 타격이 크다. 반도체의 기존 글로벌 밸류체인은 한국이 중간재를 만들고 중국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국제적 분업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미‧중 대립으로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히고 중국 내에서도 기술 자립화가 추진되면서 반도체 등 한국의 대중 중간재 수출이 추가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도 중국 영향을 무시 못한다. 전세계 수출 실적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순항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전세계 3위를 기록했지만 중국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는 한국산 자동차들은 중국 시장에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 중국 사업을 담당하는 북경현대의 지난달 중국 신차 등록수는 1만4014대로, 전년 동월 대비 31.58%나 감소했다. 지난 1월과 비교해도 31.57%가 줄었다.

중국은 연간 판매량이 2700만 대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중국의 내수산업 육성 기조와 중국 토종 브랜드의 빠른 품질 향상으로 소비자 공략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 생산 목표가 750만대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 현지 생산과 판매가 100만대 가까이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국영기업과의 불합리한 합작구조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대응이 어려운 상황까지 도달했다"며 "단기간에 생존 전략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중국시장에 전기차를 집중 투입하고, 중국 내수보다는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다른 산업도 대중 무역수지 적자 상태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 정밀화학원료(-18억4900만 달러), 건전지·축전지(-13억7800만 달러), 컴퓨터(-11억2400만 달러), 산업용 전기기기(-7억3200만 달러) 등에서 대중 적자가 두드러졌다.

업계에서는 미중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당분간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받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실물지표는 서비스업 중심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제조업을 나타내는 1~2월 산업생산은 시장의 기대치보다 다소 미치지 못하면서 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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