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심사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또한 그동안 모호했던 판단 기준도 구체화했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4월 20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이하 사익편취 행위)’를 규율함에 있어 ‘부당한 이익’에 대한 구체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물량몰아주기의 요건 및 예외 규정을 법령에 맞게 정비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기업집단 한진, 하이트진로 등의 사익편취 사건을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제공되더라도 제공된 이익이 부당하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위법성이 인정됨이 확인됐다.
이에 공정위는 제공된 이익의 부당성 판단을 위한 세부기준 마련에 나선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반영해 ‘부당한 이익’의 판단기준으로 ‘제공주체·객체·특수관계인간의 관계, 행위의 목적·의도 및 경위, 제공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거래규모, 귀속되는 이익의 규모·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궁극적으로 ‘변칙적인 부의 이전 등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심화될 우려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물량몰아주기의 ‘합리적 비교나 고려’ 요건도 법령에 맞게 선택적 요건으로 개정된다. 현행 법령은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또는 ‘합리적 고려’ 중 하나만 만족하면 물량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심사지침은 양자를 모두 만족해야 하는 것처럼 기재돼 법령대비 엄격한 요건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업들은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 고려’ 또는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중 하나만 거치더라도 물량몰아주기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물량몰아주기의 예외 사유에 대해 법령 조문보다 엄격한 내용으로 설명한 심사지침의 규정도 합리적으로 개정했다. 현행 심사지침은 예외사유로서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를 ‘불가항력의 경우’에만 한정하고 있어, 기존의 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시행령에 규정된 경기급변·금융위기 등의 경우 사실상 긴급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이번 개정안은 ‘불가항력에 이르지 않더라도 회사입장에서 예견하거나 회피하기 어려운 경우’도 긴급성 예외에 포함시켜 시행령 규정에 맞게 예외범위를 현실화했다.
또한 ‘효율성’과 관련된 예외 사유에 대해서도 시행령 취지에 맞춰 판단기준을 ‘효율성 증대효과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로 일원화했다.
마지막으로 물량몰아주기의 예외인 효율성, 긴급성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들을 심사지침에 예시로 추가했다. 다른 회사와 거래시 기존 부품·장비 등과 호환성이 없는 경우, 계열회사가 관련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소유한 경우, 외부업체의 법정관리 등으로 신속히 사업자를 변경할 필요가 있거나 전산망에 화재 등 긴급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이 물량몰아주기의 예외 사례로 추가된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을 통해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기업들의 예측가능성이 제고돼 변칙적인 부의 이전을 야기하는 부당한 내부거래는 억제되고, 효율적이고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공정위는 행정예고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전원회의 의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