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반도체 시장이 여전히 먹구름에 쌓여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국내 반도체업체의 실적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출 36억9000만 달러(약 4조8100억 원), 영업손실 23억 달러(약 3조1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2.6% 줄고 적자 전환됐다.
반도체 시장이 여전히 먹구름에 쌓여 있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이 역대 최대 손실을 기록하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의 실적은 국내 반도체업체의 실적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사진=미디어펜
반도체 수요 부진이 실적 악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TV와 가전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이에 사용되는 반도체 판매량도 감소했다. 여기에다 판매량이 줄고, 재고가 증가해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등 악순환을 거듭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은 지난해 하반기에도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감소한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4조6380억 원, 영업이익 1조502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분기 대비 매출은 16.9%, 영업이익은 89.4% 줄어든 수치다.
SK하이닉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매출은 12조1557억 원에서 5조907억 원으로 58.1% 감소하고, 적자 전환(영업이익 2조8596억 원→ 영업손실 3조4864억 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시장 수요와 재고를 감안해 생산 규모를 최적화하고 운영 비용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0년 동안 운영 비용을 10% 이상 늘렸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줄이겠다는 의미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날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시설 투자(Capax)에 19조 원 정도 지출했지만 올해는 50% 이상 줄여 한 자릿수에 머무를 계획”이라며 “운영 비용은 올해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분기까지는 실적 악화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하다”며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 조정으로 세트 재고가 1분기 피크를 치고 감소로 전환했다”고 했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제조업 업황BSI는 70으로, 넉 달 만에 7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업황이 한파를 겪고 있지만, 감산 대신 투자를 선택하면서 반도체 설비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반도체 설치 투자 수요 증가로 반도체 제조장비 납품이 증가하면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황BSI가 9포인트 상승했고 기타 기계장비도 13포인트 올랐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 과장은 “반도체 업황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모니터링을 해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설비투자를 하고 있다고 한다”며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감산 없이 투자가 이뤄지면서 제조장비 납품 쪽에서 양호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