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올해와 내년도 은행부문 감독·검사의 방향으로 '은행 지배구조' 문제를 꼽았다. 이에 은행권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및 검사를 강화하고, 경영실태평가를 개편할 방침이다.
4일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부문(지주포함) 주요 감독·검사 현안에 대해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4일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부문(지주포함) 주요 감독·검사 현안에 대해 출입기자 등을 대상으로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류준현 기자
이날 설명회에서 이 부원장은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 및 검사 강화 △은행 경영실태평가 개편 추진 △이상 외화송금 검사결과 처리계획 △은행 대출, 수신금리의 기준금리 민감도 분석 결과 등을 설명했다.
그는 "대내외 경제환경 불안 등 은행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견실한 은행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손실흡수능력 확충 외에 건전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가 건전하고 실효성 있게 체계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금감원은 은행권 지배구조에 대한 감독·검사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하는 한편, 은행이 정기검사에서 실시하는 경영실태평가에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관련 평가 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금감원은 우선적으로 은행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감독·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국내 금융지주사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지만, 글로벌 기준을 놓고 보면 여전히 미흡하다는 게 금감원의 인식이다. 특히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미흡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도 결여돼 있다는 평가다.
은행권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내용들을 형식적으로 따르는 데 그쳤기 때문인데, 자율적인 모범 관행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임원 자격요건(결격사유) △이사회 구성 및 권한 △이사회내 위원회 운영 △지배구조 내부규범 마련·공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공시 등을 꼽았다.
은행 지배구조를 감독·검사하는 금감원도 법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만 살피는 만큼, 감독·검사 기능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해 좀 더 실효성 있게 개선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국제기준으로 꼽을 수 있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서는 '은행 지배구조 원칙'과 관련해 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권고하고 있다. 해외 당국에서도 △지배구조 관련 법규 △지배구조 관련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 △이사회와의 면담 △상시감시 △현장검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당국은 '은행 지배구조'를 내년까지 2년간 은행부문 중점 감독·검사 테마로 선정하고 감독·검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이사회 의장 등 고위급 간담회는 상·하반기로 나눠 개최한다. 상시면담은 이달부터 연간계획에 따라 실시하며, 올해 당국의 검사 대상인 은행은 검사 이후 실시한다.
또 지배구조의 적정성을 중점 점검하기 위해 상시감시(서면자료 수시·정기 점검)와 현장검사(경영실태평가 정기검사 및 지배구조 관련 테마검사) 등을 실시하고, 미흡한 점은 개선토록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국제기준 및 해외사례, 은행 모범사례도 참고해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최고의 대안을 만들겠다고 시사했다.
경영실태평가 개편으로 지배구조·내부통제 기준 세분화
은행권 경영실태평가도 개편한다. 해당 평가는 은행의 건전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핵심 감독수단으로, △자본적정성(C) △자산건전성(A) △경영관리(M) △수익성(E) △유동성(L) △리스크관리(R) 등 6개를 평가요소로 꼽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부각된 은행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경영관리 비중이 15%에 그쳐 평가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 △지배구조 평가 강화 △내부통제 평가 강화 △사회적책임·상생금융 평가 강화 등을 개편 방향으로 내걸었다. 이로써 △책임경영 기반 조성 △내부통제 중심 경영문화 확산 유도 △사회적 책임문화 확산 도모 등을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금감원은 경영관리 평가시 은행 지배구조 관련 평가항목을 현행 4개에서 6개 항목으로 개편해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이사회 구성 및 운영 △사외이사 선임 절차 △경영승계절차 등에 관한 세부 리스트를 마련해 평가의 일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또 경영관리 하위 평가항목인 '내부통제 평가'를 별도 평가부문(I)으로 분리·개편해 내부통제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외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평가비중을 확대해 상생금융 등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 확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13개 금융권 이상 외화송금 122억 6000만달러 적발
지난해 우리·신한은행 등에서 포착된 이상 외화송금 사건과 관련한 검사 결과도 이날 공개됐다. 금감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6월부터 국내 은행 12곳(우리·신한·국민·하나·SC·농협·기업·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과 NH선물을 검사한 바 있다.
관세청 및 검찰 등과의 공조 수사를 거쳐, 검찰(관세청)은 우리은행 전(前) 지점장 등을 포함한 외화송금 관련 다수 위법 혐의자를 구속·불구속 기소 처리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말께 해당 금융사에 검사결과 조치예정내용을 사전통지했으며, 향후 제재심 심의 등의 절차를 착수할 예정이다. 제재 범위는 업무 일부정지 및 임직원 면직 등이 예상된다.
제재와 함께 금감원은 향후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은행권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외화송금시 은행의 필수 확인사항을 표준화하는 한편, 영업점‧외환사업부‧유관부서의 '3선 방어'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는 게 주요 골자다.
3선은 △거래시 영업점 사전확인 △거래 후 외환사업부 모니터링 △유관부서(자금세탁방지부, 준법감시부, 검사부 등) 대상 사후점검 등을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을 뜻한다.
금감원은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을 거쳐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관련지침 개정 및 시스템 구축 등을 거쳐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다.
은행권 여수신 금리상승폭, 미국보다 상회
한편 고금리 위기를 이유로 은행권에 상생금융을 강조 중인 금감원은 지난해 대출·예금(여수신)금리의 기준금리 민감도 분석 자료도 이날 내놨다. 금감원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여수신 금리 상승폭은 미국 주요 은행과 과거 금리상승기 대비 상회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은 탓으로, 최근 일련의 시장금리 상승 여파에 대출자(차주) 부담이 급증한 여파다. 대표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우리나라가 약 67%에 육박하는 반면, 미국은 약 15% 수준에 그친다. 미국의 주담대는 대부분 20~30년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대출자들이 시장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상승폭 확대, 수신유치 경쟁 자제 등으로 떨어졌다. 궁극적으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신 당국의 상생금융 요청에 은행권이 화답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6개 은행(하나, 부산, 국민, 신한, 우리, 대구)은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만남 이후 대규모 상생금융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은행권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가 지속 하락하고, 잔액기준 금리 상승세도 크게 둔화하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67%를 정점으로 매월 하락해 3월 4주차 당시 잠정치 기준 연 5.10%까지 하락했다. 잔액기준 금리는 한때 급등하는 현상을 빚기도 했지만, 올들어 상승폭은 미미한 편이다. 3월 4주차 금리는 잠정치 기준 연 5.17%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상생금융 효과로 연간 대출자 170만명이 약 3300억원의 이자를 감면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