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대출·예금(여수신) 금리 상승폭이 과거 금리상승기보다 훨씬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서 역으로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공급액이 폭증한 여파인데, 대출자(차주)들이 압도적으로 변동금리를 택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4일 본원 기자실에서 은행부문(지주포함) 주요 감독·검사 현안에 대한 출입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4일 본원 기자실에서 은행부문(지주포함) 주요 감독·검사 현안에 대한 출입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류준현 기자
이날 금감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권의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여수신 금리 상승폭은 과거 금리상승기 대비 상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주요 은행과 비교해도 상승폭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변동금리부 대출비중이 높은 탓인데, 최근 일련의 시장금리 상승 여파에 대출자 부담이 급증한 까닭이다. 특히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 부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로) 주담대는 여러 규제를 강화했는데, 결국 많이 늘어난 게 전세대출, 신용대출이다"며 "(변동금리 방식의) 전세대출·신용대출은 (기간이) 짧다보니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상승폭 확대, 수신유치 경쟁 자제 등으로 떨어졌다. 궁극적으로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개별 은행이 대출 제공 시 책정·부여하는 가산금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가산금리는) 워낙 복잡하고 항목들이 많아 은행의 기본적인 자율성을 유지하면서도 합리성이 떨어지거나 미흡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지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아파트 중도금대출 금리가 증가세를 보이는 현상은 '대출집행기관의 변화' 때문이라고 밝혔다. 설명회에 동석한 한 금감원 관계자는 "중도금대출을 집행한 금융기관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대출이) 2금융권으로 넘어가다보니 다른 가계대출 대비 중도금대출 금리는 조금 올라가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에 중도금대출을 앞둔 금융소비자로선 타 대출상품보다 금리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은행권을 강타한 이상 외화송금 사태와 관련해 수사결과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6월부터 국내 은행 12곳(우리·신한·국민·하나·SC·농협·기업·수협·부산·대구·광주·경남)과 NH선물 등 13개사를 검사한 바 있다.
관세청 및 검찰 등과의 공조 수사를 거쳐, 검찰(관세청)은 우리은행 전(前) 지점장 등을 포함한 외화송금 관련 다수 위법 혐의자를 구속·불구속 기소 처리했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달 말께 9개 금융사에 검사결과 조치예정내용을 사전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제재심 심의 등의 절차를 착수할 예정이다. 제재 범위는 업무 일부정지 및 임직원 면직 등이 예상된다.
이 부원장은 "업무정지나 (임직원) 면직 포함은 최대 (조치)이다. 사전통지는 확정된 게 아니고 레인지(range)만 알려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 제재 여부에 대해서는 "CEO는 특정이 되기에 제재심이 진행 중인데 특정해서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이상 송금건이 규모가 컸고 사안이 중요했던 만큼,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 임원 등을 포함해 고위 임원에게도 엄중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행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면, 최대한 검사하겠다는 게 금감원 입장이다.
제재와 함께 금감원은 향후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은행권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개선안을 논의하고 있다. 외화송금시 은행의 필수 확인사항을 표준화하는 한편, 영업점‧외환사업부‧유관부서의 '3선 방어'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하는 게 주요 골자다.
3선은 △거래시 영업점 사전확인 △거래 후 외환사업부 모니터링 △유관부서(자금세탁방지부, 준법감시부, 검사부 등) 대상 사후점검 등을 순차적으로 거치는 것을 뜻한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