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 등에 이어 KH그룹 5개 계열사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투자자들의 ‘상장폐지’ 공포감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정부 들어 금융질서 관련 당국의 대응이 훨씬 엄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거래소(KRX)가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 등에 이어 KH그룹 5개 계열사의 거래를 정지시켜 시장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6일 KH 건설이 2022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와 관련된 수사를 받고 있는 KH그룹의 계열사들은 최근 감사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 등의 통보를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놓였다.
배상윤 KH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6월 공개 입찰을 통해 평창 알펜시아리조트를 7115억원에 낙찰받았다. 이 과정에서 KH그룹 계열사 2곳이 단독 입찰에 응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KH 건설 주식의 매매는 상장폐지에 대한 이의신청기간 만료일 또는 이의신청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 결정일까지 정지된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지만 ‘예상했다’는 반응도 함께 나온다. 이미 여의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정황이 여러 방향에서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 6일부터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 상장된 IHQ(KH그룹 계열사) 역시 2022년 사업연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정지 된바 있다. 거래소는 이밖에도 KH 필룩스, KH 전자, 장원테크 등 KH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감사의견 비적정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들 회사 역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이 부적정 이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이전엔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 등이 속전속결로 거래정지되며 소액주주들에게 충격을 줬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KH그룹은 알펜시아리조트 입찰 비리 의혹 이외에도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돼 있다. 이 의혹의 전모가 밝혀질 경우 이미 거래가 정지된 광림을 비롯해 쌍방울‧비비안 등의 거래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의도는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상장폐지 시즌’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거친 분위기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폐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당국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으로는 ‘카카오 압수수색’ 사례도 있다.
검찰의 지휘를 받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경기도 판교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옥으로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지난 6일 알려졌다. 사유는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이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에서 지휘하고, 금감원 특사경에서 압수수색과 수사를 맡는다. 최근 카카오와 에스엠 공개매수를 놓고 결전을 벌인 하이브가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고 강력한 조치가 취해진 점에 대해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국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항상 3~4월은 상장폐지 관련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지만, 올해의 경우는 한층 더 엄격해진 느낌”이라면서 “새 정부가 금융권 전체를 아우르는 윤리‧질서와 관련해 강경한 스탠스를 취할 것으로 보여 투자에 임하는 소액주주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