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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감청' 파문, 우리 대통령실 항의할까 묵인할까

2023-04-10 14:24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소셜 미디어에서 유포된 민감하고 극비인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사진 문서의 유효성을 계속 검토하고 평가하고 있다." (9일 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성명)

"보도를 잘 알고 있고,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미국 측과 필요한 협의를 할 예정이다. 과거 전례, 다른 나라 사례를 검토하면서 대응책을 한번 보겠다." (9일 오후 대통령실 관계자 설명)

100여쪽에 이르는 '미국 도·감청' 기밀문건 유출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한미 양측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에 들어간 가운데, 온갖 추측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실 안팎으로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

대통령실은 관련 보도가 나온 9일 오전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회의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이날 '사안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법무부 및 연방수사국(FBI)는 미 국방부 요청에 따라 이번 기밀문건 유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계는 이번 유출 파문이 지난 2013년 당시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도청 파문과 맞먹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이 3월 30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번 기밀문건 유출이 사실로 판명된다 하더라도 그것의 진위 여부를 일반 대중이나 언론이 확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한국 양국이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10일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 정보당국의 우리 정부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건물은 도·감청 방지 조치가 충분히 이뤄져 있다"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우리 국방부의 기존 입장은 현재까지 변화된 게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나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들이 있다, 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대한민국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을 실제 도감청했다 하더라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 쉽게 이를 인정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 기밀문건 유출은 한국의 경우 그 사안이 경미하다.

문건에는 북한 핵 개발 최신 정보,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 결과, 중국 주요 군사기지 정보, 미국이 우크라이나 최고 정치·군사 지도자들을 감시한 정황, 러시아 내부의 미군 첩보망 일부,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반대 시위를 지원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이번 기밀문건에 대해 문건 유출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에게 "유출 문서 대부분이 허위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과거 사례를 감안하면 이번과 같이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도감청을 해 논란이 일어난건 3번째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폭로에 따르면, 미국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2002년부터 10년 넘게 도청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또한 2021년 덴마크 언론이 미국이 유럽 고위 인사들에 대한 도청을 계속 해왔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덴마크를 지나가는 해저 통신케이블을 통해서다.

특히 이번 기밀문건 유출 논란은 지난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빠르게 복원해 가고 기존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더 공고히 해가던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당시 미 백악관은 "해외 정보수집 접근법을 2014년 이후 전면 재검토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논란으로 미 정부의 공언이 재차 신뢰를 잃게 됐다.

당장 윤 대통령은 2주 뒤 바이든 대통령의 초대로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더 공고해져 가던 한미 양국 관계에 이번 도감청 논란이 악재로 작용할지, 대통령실이 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고 항의할지 묵인할지 대응 수위 조절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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