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출범 한 달 여 된 김기현 지도부가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둘러싼 김기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당 상임 고문) 간 설전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 취임 이후 컨벤션 효과는커녕 지지율 하락이라는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 여기에 내부 갈등까지 겹치자, 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쇄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당 대표 흔들기 보다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전 목사는 앞서 지난 10일 자신의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권력을 가지므로 반드시 종교인의 감시가 필요하다. 종교인의 감시가 없으면 자기 통제가 불가하다. 내 통제를 받아야 한다"라며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200석 서포트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 대표는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 사람이 우리 당원도 아닌데"라며 "나중에 얘기하겠다"라고 언급을 자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언급하지 않겠다"라고 선을 그었고, 이철규 사무총장도 "그분하고 우리 당과 아무 관계가 없지 않나. 당과 자꾸 연결해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에 홍 시장은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전 목사가 김 대표에게 총선 200석을 만들어 준다는 황당한 말을 했음에도 그 사람이 우리 당원 아니라는 소극적 부인만 하는 등 전 목사 눈치나 보는 중"이라며 "김 대표가 무슨 약점을 잡히기라도 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와 페이크뉴스만 일삼는 극우 유투버만 데리고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보나. 총선이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참 답답하다"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가 전 목사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홍 시장은 앞서 전 목사와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전광훈 우파 통일' 발언 논란 당시에도 당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김 대표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같은 지적에 김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당원도 아닌 전광훈 목사와 결부시켜 마치 공동체인 양 호도하며 악의적 공세를 취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라며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 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 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김기현 지도부 출범 이후 지지율 하락과 함께 당 내 갈등이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중심을 잡고 쇄신해야 한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온다. 반면 '당 대표 흔들기가 아닌, 오히려 새 지도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8~9일 S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를 11일 발표한 데 따르면 국민의힘이 28.0%를, 더불어민주당은 30.8%를 얻었다.(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후보가 2022년 5월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광역단체장 공천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전 목사 관련 발언에 대해 당 대표가 언급을 하는 것 자체가 더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라며 "김 대표가 언급했듯, 전 목사가 당원도 아니고 징계할 방법도 없지 않나. 김기현 대표의 대응이 맞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기현 지도부가 출범한 지 이제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리 유능한 리더가 온다고 하더라도 한 달 안에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은 '당 대표 흔들기'가 아니라 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모든 문제에 있어, 신중하고 꼼꼼하다는 점은 장점"이라면서도 "김재원 최고위원 망언 논란이라든가 전광훈 목사 관련 논란 등 당 내 갈등 소지가 있는 논란에 대해서는 당 대표로서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