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협의의 준조세’의 경우 매년 법인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준조세 부담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협의의 준조세’는 약 77조1000억 원으로 같은 해 법인세(70조4000억 원) 보다 약 6조7000억 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납부해야 하는 ‘준조세’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협의의 준조세’의 경우 매년 법인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준조세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학술적 구분은 없지만, 주로 광의의 준조세와 협의의 준조세로 구분된다.
광의의 준조세는 국민이 강제적으로 지게 되는 조세 이외의 모든 금전적 부담을 의미하고, 협의의 준조세는 광의의 준조세에서 수익 및 원인의 인과관계로 인해 지게 되는 금전적 부담을 제외한 개념으로 기업 부담분이 대부분이다.
협의의 준조세 중 기업이 부담하는 4대 보험료 비중은 92.9%(건강보험료 38.6%, 국민연금 29.8%, 고용보험료 11.0%, 산재보험료 9.2%, 노인장기요양보험료 4.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 대비 2021년 협의의 준조세 증가분은 약 18조8000억 원 중 기업부담 건강보험료 증가분이 약 8조5000억 원, 노인장기요양보험료 증가분이 약 1조9000억 원으로 절반 이상인 55.3%을 차지했다.
유독 건강보험료와 노인장기요양보험료의 증가폭이 큰 이유는 보험료율이 꾸준히 인상된 영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건강보험료율은 2017년 이후 매년 상승하고 있고, 노인장기요양보험료율의 경우 더욱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감당해야 할 준조세가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준조세 증가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모든 준조세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부담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것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기업의 이익은 줄었지만 준조세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의 이익이 줄면 같이 줄어들지만, 준조세는 기업의 이익과는 관계없는 경직적인 고정비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실제로 지불해야 할 준조세는 일반에 공개된 통계치보다 클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은 준조세에 포함되지 않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지불하는 기부금의 액수가 상당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실제로 준조세 문제가 크게 불거진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도 기업들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돈을 미르재단에 기부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이후에도 비슷한 행태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5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당시 농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도입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도 대표적인 준조세로 분류된다.
기업으로부터 매년 ‘자발적으로’ 1000억 원씩 기부 받아 농어촌 지원에 쓴다는 취지였지만, 모금액이 목표액의 20~30%에서 그치자,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이 국감 때만 되면 기업들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경영계에서는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4대 보험료의 조정은 불가피 할 수도 있다면서도 준조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산업본부장은 “경기침체의 우려가 큰 현 상황에서 준조세의 지속적인 증가는 국민과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며 “사회보험료와 같은 준조세는 대가적 성격이 일정부분 존재하지만, 과도한 준조세 증가는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