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 1호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 재표결을 목전에 두고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여당은 ‘포퓰리즘’ 입법을 반드시 부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재의결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양곡관리법 재표결에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맞물린 만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12일 양곡관리법 재의결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이들은 지난 4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질의, 양곡관리법 공개 토론 등을 거치며 재의결 명분 쌓기에 열중했다.
3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404회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의원 266인, 찬성 169인, 반대 90인, 기권 7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특히 거부권 행사의 근거가 잘못됐다며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민생입법을 막았다는 공세에 집중했다.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역설했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을 잘못 인용했다는 사실을 파고든 것이다.
또 그간 정부여당이 쌀값 안정화를 위한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도 직격했다. 대책 없이 야당 발목잡기에 급급하다는 프레임을 한층 더 견고히 하기 위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부결’을 당론으로 맞받으며 재의결을 막아내겠다는 방침이다. 양곡관리법이 쌀값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하는 단순 포퓰리즘 법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농업 직불금 확대, 스마트팜 육성 등 농업 구조 개선을 대안으로 발표했다. 양곡관리법을 막아설 당위성을 보충해 정책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다.
한편 정치권은 이날 여야의 양곡관리법 공방은 의미 없는 정쟁이라고 평가했다. 부결이 예고된 수순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무기명이 변수라고 하지만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가장 최근 대통령 거부권이 행사됐던 2016년 5월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 사례에서도 여당 내 반란표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의결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럼에도 야당이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 이유는 실익 때문으로 보인다. 양곡관리법 대체 입법을 추진할 동기가 마련돼 추가 거부권 행사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재의결 여부 보다 과정에 주목해야한다”며 “민주당에게 재의결은 대체 입법 마련을 위한 명분을 쌓을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재의결 기간 동안 민생을 위해 얼마만큼 노력했고, 준비를 했는지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이는 ‘거야의 입법 독주’라는 프레임 해소에도 도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여당에 대해선 “양곡관리법을 부결시켜도 지난 열흘간 야당에 이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여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면서 “대통령 추가 거부권 행사가 이뤄진다면 ‘불통’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는 13일 정부여당이 민주당 주도의 양곡관리법 재의결을 저지하더라도 표면적 이익만 누릴 뿐, 실익은 야당이 가져갈 것이란 해석이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