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63빌딩, 황금입지 황금빌딩의 비상(上)
▲ 1983년 여의도에 세워지고 있는 63빌딩 건설현장. / 한화그룹 제공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외국에 나가면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던 도시의 공간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단순히 삶을 위해 존재하던 공간이 문화적 가치와 이야기, 감성을 담게 될 때 더 가치 있고 경쟁력 있는 공간이 탄생되는 것.
도심 한복판의 도로 표지판부터 거리 간판, 가로수, 그리고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이는 곧 도시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두바이를 비롯해 수많은 도시가 미래적인 도시로 거듭 진화해가고 있다.
도시기획자들은 도시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그 도시만의 브랜드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도시들이 있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등이 이에 해당된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관광지가 된 런던 킹스크로스역이나,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화제가 됐던 뉴욕의 곳곳이 관광명소로 유명세를 타는 등 대중문화 속 배경이 된 도시의 모습도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른바 ‘랜드마크’를 통해 유명세를 탄 이들 도시는, 계속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탄생하고 있는데도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브랜드 가치에 새로운 문화와 창의를 더하면서 새로운 명성을 재창조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강의 기적' 상징, 올해로 서른돌
'감성자극' 대한민국 대표 랜드마크
대한민국의 대표적 랜드마크인 63빌딩이 최근 개관 30주년을 맞았다. 이곳은 지난 1985년 5월31일 88 서울올림픽을 3년 앞둔 시점에 완공돼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서울 최고층 빌딩’ ‘한강의 기적’ 등 수많은 애칭을 가지며 서울을 대표해왔다.
개관 당시 63빌딩은 황금색의 반사유리로 기온과 시각에 따라 변하는 빌딩 외경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시민들은 한강 변에 우뚝 솟은 이 ‘황금빌딩’을 보며 자긍심을 키웠고, 한국의 발전과 도약을 함께 축하하기도 했다.
높이 249미터(지상 60층·지하 3층) 규모인 63빌딩은 초고층 빌딩 내에 수족관, 국내 최초 아이맥스 영화관, 전망대를 갖춘 도심 속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지리매김했다.
당시 도시의 관문은 공항이 아닌 철도였다. 63빌딩은 한강 철교 맞은 편에 위치해 기차를 타고 이동 시, 서울역이나 숭례문 보다 먼저 서울의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명소로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성도 갖게 됐다.
지방의 중·고교생 수학 여행지가 경주, 부여 등지에서 서울로 변경된 것도 63빌딩이 개관한 이후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1885년 이후 수학여행지 선호도에서 부여, 경주, 제주도를 제치고 서울이 단연 1위를 차지한 주요 이유이기도 했다.
63빌딩은 1984년 8월 경상남도 통영군 학산면 소재의 매물도 국민학교 어린이 43명을 초청했다. 서울을 견학할 기회가 없는 낙도 어린이에게 완공을 앞둔 63빌딩, 국회의사당, 한국방송공사(KBS) 등을 돌아보며 꿈을 가지게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63빌딩이 완공된 1985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355달러였다. 하지만 30여년이 흐른 지난해엔 2만8180달러로 약 12배 빠르게 성장했다. 한화생명의 연간 수입보험료의 경우 5357억원에서 13조6640억원으로 25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또한 한화생명은 63빌딩 완공 이듬해인 1986년 12월 총자산 1조원을 달성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총자산 94조3914억원을 돌파했으며 올해 안에 자산 1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한화생명은 63빌딩 준공 다음해인 1986년 9월20일부터 10월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후원하는 의미에서 개·폐회식 및 전 경기종목의 입장권 광고를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모든 종목의 입장권 뒷면에 63빌딩의 모습을 넣어 300여만매가 아시아 각국 관람객에게 제공되는 등 아시아 화합의 대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화생명은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개회식에 사용된 카드 섹션용 비닐백 7만매를 제작해 대회 조직위원회에 기증했다. 63빌딩이 인쇄된 이 비닐백은 카드섹션으로 사용된 뒤 가정에서 주부들이 앞치마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소위 패션아이템으로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고 평가받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상징인 성화대가 63빌딩에 자리하고 있는 것 역시 바로 이곳이 가진 상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인식이 강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