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최근 정치권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연이은 ‘실언’으로 윤리의식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국회의원 스스로 국회의 권위를 실추하는 문제가 지속되자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된 것이다.
하지만 국회 권위 유지 역할을 해야 할 윤리특별위원회는 4월에도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양당 지도부가 징계 대상에 오른 탓에 심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의 자정기능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리특위는 지난달 30일, 하반기 국회 9개월 만에 소위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이날 국회 활동과 관련된 징계안을 심의하는 1소위, 수사 및 재판과 관련한 징계안을 심의하는 2소위를 편성하고 심의 재개를 예고했다.
국회가 2022년 11월 10일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만을 윤리위원으로 구성하는 '윤리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통과시켰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변재일 국회 윤리특위원장은 소위원회 구성 후 “징계안을 심도 있게 심사해 4월 본희의에 심사 결과를 보고할 수 있도록 준비하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국회 자정기능 회복을 강조키도 했다.
그러나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 개최를 사흘 앞둔 현재까지 윤리특위는 소위원회 심의는 물론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거대 양당이 심의 위원인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가 모두 징계 대상에 올라 ‘짬짜미’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24일 참여연대 및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징계안이 청구된 것은 총 38건이다. 징계심의 대기 명단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부터 태영호‧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까지 양당 지도부가 나란히 포함돼 있다. 또 38건 모두가 거대 양당 소속이거나 소속이었던 의원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셀프 징계’에 나서야 하다 보니 이해관계를 따져 심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 룰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21대 국회에서 윤리특위 심의를 거쳐 징계가 결정된 사안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없다. 더불어 가장 최근인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평균 43건의 징계안이 제출됐지만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전무하다. 끊이지 않는 국회의원들의 막말 논란에,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윤리특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국회의 자정기능이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으며 “(윤리특위는) 징계안 심사 기간이 설정되지 않고, 회의도 비공개로 운영돼 짬짜미하기 쉬운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가 자정기능을 하기 위해선) 징계심의 기간을 제한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무용지물이 된 윤리특위를 개선해 국회 권위 실추를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