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첫날인 25일, 여야가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을 쏟아내 망신을 당했다. 특히 이들은 국익이 걸린 한미 정상회담보다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무작정 옹호나 비난에 치중해 여야가 ‘정략’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야가 망신살을 뻗친 이른바 ‘주어 혼동 해프닝’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워싱턴포스트(WP)와 가진 인터뷰에서부터 촉발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방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선 것에 대한 질문을 받고 “100년 전 일들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릎 꿇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질타가 이어진 것이 계기가 됐다.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법사위원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이 추진중인 검수완박 문제점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국내 반발이 거세지자 여당은 서둘러 수습하는 과정에서 먼저 실책을 범하게 됐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아닌)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유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통령 발언의 진상을 확인하지 않고 선전선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WP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주어를 착각하는 오류를 범했고, 민주당이 이를 반일감정 자극에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워싱턴포스트 오역 주장에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미셸 예 희 리 기자가 인터뷰 원문을 공개했다./사진=미셸 예 희 리 기자 트위터 캡쳐
그러나 윤 대통령과 직접 인터뷰를 한 WP 기자가 인터뷰 원문을 공개함에 따라 유 수석대변인의 주장은 거짓 해명으로 탄로나게 됐다.
WP가 공개한 인터뷰 원문에 따르면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고 윤 대통령이 주어를 본인으로 명확하게 지칭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근본’ 발언은 윤 대통령의 인터뷰를 옹호하기 급급한 여당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 흠집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야당에서도 나왔다.
양이원영 의원이 25일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 소식을 한국이 넷플릭스에 투자를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윤 대통령의 방미를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사진=양이원영 의원 SNS 캡쳐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이 방미 첫날 넷플릭스로부터 25억달러 투자를 유치했다’는 기사를 오독하고 SNS에 ‘넷플릭스에 왜 투자하나?’라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결정’을 ‘한국의 넷플릭스 투자 결정’으로 투자 주체를 오해한 것이다.
그러면서 양이원영 의원은 “지금 해외에 투자할 때인가? 투자를 끌어와야 할 때아닌가? 이런 때에 난데없이 넷플릭스 투자라니”라며 “(윤 대통령이)생각 없이 퍼주기 할까 봐 불안불안하다”고 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양이원영 의원을 향해 ‘오독’이라는 비판이 일자 그는 뒤늦게 사실을 확인하고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에 4년간 투자하겠다고 한다. 거꾸로 오해했는데 다시 확인했다”고 정정했다.
그러나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글 삭제하고 도망간 양이원영 의원을 찾는다”며 “쥐구멍에 숨었나”면서 “무조건 비난하고 보겠다는 못된 심보로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렸다”면서 역공세에 나서 여야가 정상회담을 통한 국익보다 ‘정쟁’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