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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선인 vs 세계시민' 차이 보여준 윤 대통령

2023-04-30 16:22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정치사회부 김규태 차장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인류의 역사는 곧 자유 수호와 자유 확장의 역사였습니다. 중세시대 신분의 질곡에서 해방돼서, 자기 자신의 인생을 자유롭게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인류는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봉건시대의 신분 질서에서 벗어나 근대적 의미의 직업과 소유권, 자유계약의 질서를 구축했습니다.

Freedom is indivisible, and when one man is enslaved, all are not free.(자유는 나눌 수 없고, 한 사람이 노예가 되면 모두가 자유롭지 못합니다.)

올해로 70년을 맞이한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계시민의 자유 수호를 위한 안전판의 상징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무시하는 독재적이고 전체주의적인 태도는, 바로 그 결정판을 북한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계 어디서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바로 독재와 전체주의에 의해 이뤄집니다.』1)

24~28일(현지시간) 지난 5일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통해 보여준 모든 일정과 발언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키워드는 '자유'였다.

윤 대통령은 방문 기간 내내 '자유'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설파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그 과정에서 전근대에 머물고 있는 '조선인'과 근대국가들이 어우러진 하나의 세상을 살아가는 '세계시민' 간의 차이를 뚜렷이 드러냈다.

먼저 언어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1954년 이승만 초대대통령을 시작으로 노태우(1989) > 김영삼(1995) > 김대중(1998) > 이명박(2011) > 박근혜(2013)에 이은 7번째로 10년 만의 연설인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43분간 영어로 연설하면서 '자유'를 46차례 언급했다.

국어는 한국만의 언어이지만, 영어는 미국만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인의 언어다. 상하원 의원 일동은 57번 박수를 쳤고 기립 박수를 23회 했을 정도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 특별공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서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미 상하원 합동연설의 내용도 세계를 향해 열려 있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첫 문단을 인용하면서 포문을 연 윤 대통령의 연설은 한국 자유민주주의 토대를 미국 선교사들이 닦았다는 언급으로 이어졌고,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핫한 뮤지션인 BTS에 대한 농담을 애드립으로 넣었다.

세계사에 유례 없는 경제-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한 한국에 대해 긍정론을 피력했고, 한국의 경제력에 걸맞는 국제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와 자유화'를 명시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이뿐 아니다.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포용적이고 자유로우며 공정한 무역 체제를 지지하며, 경제적 강압 등 경제적 영향력의 유해한 활용에 대해 깊은 우려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더군다나 이번 국빈방문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였던 순간은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돈 맥클린(Don McLean)의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렀던 장면이다.

'아메리칸 파이'는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노래다. 미국인들이 'The Greatest Generation'(가장 위대한 세대)라는 칭호를 붙인 1950년대의 낭만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다. 이 1950년대는 한미동맹이 시작된 시대요, 현대 미국의 정체성이 형성된 시대였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두발언을 밝히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번째로 영미식 자유주의를 신념으로 내재한 대통령으로 꼽힌다. 관존민비-사농공상-반기업 세계관 등 전근대에 머물고 있는 '조선인'이 아닌, '세계인'으로서의 관점이다.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간 자유진영과 전체주의진영 간 대립이라는 국제적 흐름 속에서 인류보편적 가치를 향한 상식적 행보를 보여왔고, 그 신념이 자신의 언어로 표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알링턴 국립묘지 헌화를 시작으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오찬, 한국전 참전기념공원, 미 보훈요양원, 북한 인권 간담회, 하버드 메모리얼처치 방문에 이르기까지 국가보훈 안보에 대한 '일관성'이 드러나는건 오히려 작게 보일 정도다.


1) 2023년 4월 28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 연설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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