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는 워싱턴선언이 26일(현지시간) 발표되자 ‘김여정 담화’ 등을 내며 반발해온 북한에서 2일 한미 정상의 형체를 본떠서 만든 허수아비를 불사르는 화형식을 단행했다.
특히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모임이 결성된 것으로 전해져,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한국드라마 등 외부문화 수용에 적극적인 MZ세대들을 총동원해 반미 결속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동신문은 “우리 공화국을 겨냥한 침략전쟁연습을 체계적으로 확대해온 미제와 괴뢰역적패당이 위험천만한 핵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우리를 감히 침탈하려고 미친 듯이 발악하고 있다”며 “불구대천의 원수들의 광기는 연대와 세기를 이어서 쌓인 전체 인민과 열혈청년들의 분노와 적개심을 더욱 무섭게 폭발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반공화국핵전쟁기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놓은 희세의 깡패국가, 악의 제국 미국과 동족대결에 환장한 괴뢰역적패당을 단호히 징벌하기 위한 청년학생들의 복수결의모임이 2일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신문은 이번 복수결의모임에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중앙위원회 문철 위원장, 황해남도당위원회 박태섭 비서와 관계부문, 청년동맹 일군들, 청년학생들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결의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미에 대해 “윤석열괴뢰역도의 미국 행각을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이며 굴욕적인 대미굴종 행각, 핵전쟁 행각으로 낙인했다”고 했으며, 워싱턴선언에 대해선 “상전과 특등 주구가 고안해낸 모략 문서”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선청년의 이름으로 준열히 규탄배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날로 무분별해지는 미제와 괴뢰들의 적대적 흉심과 대조선 압살책동으로 인해 조성된 오늘의 준엄한 정세는 우리 당과 국가가 취하고 있는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들이 얼마나 정당한가를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보다 앞서 워싱턴선언 발표 직후인 29일 ‘김여정 담화’, 30일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을 잇따라 냈으며, 특히 김여정은 미국을 향해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입장발표에서 “미국과 남조선 집권자들이 조작해낸 워싱턴선언은 가장 적대적이고, 침략적인 행동의지가 반영된 극악한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공격은 북한정권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늙은이의 망령” “늙은이의 망언”이란 표현을 하며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하는 수사학적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미제와 괴뢰역적들을 죽탕쳐(짓이겨)버리려는 북한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복수결의모임이 지난 6일 신천박물관 교양마당에서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2023.4.7./사진=뉴스1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선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받고 감지덕지해하는 그 못난 인간”이라며 “윤석열이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 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우리는 핵전쟁억제력 제고와 특히 억제력의 제2의 임무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면서 “적들이 핵전쟁연습에 광분할수록, 조선반도 지역에 더 많은 핵전략 자산들을 전개할수록 우리의 자위권 행사도 그에 정비례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사는 논평에서 워싱턴선언에 대해 “이번처럼 세상에 내놓고 우리를 핵공격 대상으로 지명하고 핵전략자산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조선반도 전개를 노골적으로 쪼아박은 전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괴뢰역도의 반민족적이고, 대미 굴종적인 행태는 남조선을 미국의 핵전쟁화약고, 전초기지로 전락시키고 있으며, 조선반도는 물론 지역의 안전과 이익까지 해치고 있다”면서 “반공화국 압살에 광분하고 있는 미국과 괴뢰패당의 위험천만한 핵전쟁 책동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으며 반드시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예상보다 매우 빠르고, 중국과 러시아가 보이고 있는 불쾌감과 우려를 활용해 과감한 행동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런 신속한 반응은 모종의 준비된 대응이 조만간 빠르게 나올 것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예고한 군정찰위성 발사 외에도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전개에 대응한 고체연료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및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 훈련, 또는 7차 핵실험 등의 시점을 순차적으로 일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실장은 또 “바이든 대통령의 ‘정권종말’ 발언이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체면을 중시하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모욕’에 해당한다”면서 “북한의 대응 결기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러시아, 중국이 보이고 있는 불쾌감과 우려를 활용해 과감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