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성준 기자]"제가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아 내놓은 소회다. 윤 대통령 말처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동안 우리나라는 한미일 외교·안보 동맹을 복원하고, 경제 공조를 강화했다.
10일 출범 1주년을 맞은 윤 정부는 심화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가치 아래 한미동맹을 빠르게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된 경제분야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미래 첨단기술 산업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했다.
◇ 미-중 '新 냉전' 시대…"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다"
미국과 중국은 수년 전부터 ‘신(新)냉전 체제’라 불릴 만큼 갈등 중이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무역갈등이 심화됐다. 2017년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은 미국이 중국의 특허 침해와 기술력 갈취 등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며 수출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중국 무역 압박을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후임인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강경한 기조로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중국 배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핵심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막강한 내수 시장을 순환 경제로 구축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반도체 및 배터리 등 첨단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며 대응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20년대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를 거치며 에너지 가격 폭등 등 변동성이 커진 글로벌 경제를 경험하면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 및 보호무역 주의를 더욱 강화하며 갈등의 수위를 높여왔다.
이에 재계에서는 미·중 사이에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윤 정부가 일관된 기조로 미국의 신뢰를 얻음으로서 미래 첨단산업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철 경총 홍보실장은 "한미, 한일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켜 한미동맹을 더욱 견고히 했으며, 그동안 경색됐던 한일관계를 복원하고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외교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잃을 것이 적지 않은 상황이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결단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는 전략이었던 것 같다"며 "신질서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미국의 첨단 산업 공급망 재편 전략에 신속하게 진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고 분석했다.
◇ 최대 교역국 중국의 분노…中 시장 '이원화 전략' 대두
중국과의 관계 악화는 감수해야 할 리스크다.
실제로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윤 대통령의 최근 미국 국빈방문을 두고 "한국의 극단적인 외교 정책은 지속 불가능한 데다가 자멸적"이라든지 "국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자 미국의 지지를 대가로 국익을 희생하고 있다"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등의 장치로 한국 등 동맹국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았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 기업대표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경제안보개념의 관점에서 미국과 미래를 함께 하기로 약속하는 것은 산술적 가치를 뛰어넘는다.
경제안보개념이 이미 국제정치의 주요 요소로 인정받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내 제조업 기반을 다지려는 의중을 파악하고 기민하게 반응하는 전략을 펼쳤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전폭적인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제공하는 대신 첨단 반도체는 물론 배터리, 5G, 바이오, 의약 및 우주산업 등에서 미국과 고차원적인 협력 관계로 나아갈 기틀을 마련했다.
미국과의 경제동맹 강화와 동일한 맥락으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이뤄내면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 복귀하는 한편 반도체 분야에서 완제품-소재 분야의 양국 협력과 공동대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한미경제동맹 강화로 리스크를 안게 된 중국과의 관계는 중국 소비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으로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시장은 최근 우리나라가 7개월 째 무역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곳이지만 여전히 최대 교역국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 "한국경제는 1970년대 이후 수출 중심 경제구조 및 1990년대 이후 세계화 및 자유무역 시대가 도래하며 고도 성장을 달성했다"면서 "그러나 미중 패권전쟁을 시작으로 국제적 신냉전 체제 전환은 향후 한국경제에 시련과 함께 변화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중 패권전쟁 상황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공급망 대응은 중국 소비시장 유지와 함께 선진국 생산거점에 진입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21세기는 환경 및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 가운데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이 유망한 성장산업"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