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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강서구 ‘가양동 개발 논란’...관공서 신뢰 추락한다

2023-05-16 09:00 | 문수호 부장 | msh14@mediapen.com

기업과 시민에게 신뢰를 줘야 할 공적 기관들이 오히려 파산과 부도를 부추길 만한 행위를 하고 있어 세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가양동 CJ 공장부지 개발사업 건축협정 인가' 건을 강서구청에서 돌연 취소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은 강서구 일대 11만2587㎡에 지하 7층~지상 14층 규모 업무시설, 지식산업센터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약 4조 원 규모로 알려졌다. 작년 9월 강서구청의 관보를 통해 건축협정인가 공고가 났는데, 강서구청은 지난 2월 이를 돌연 취소했고, 여전히 재가는 나지 않고 있다.

강서구청 측은 취소 이유로 소방시설 등 관련 기관(부서) 협의를 담당 사무관이 전결로 처리해 검토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와 관련한 행정처리는 미흡함이 많이 아쉽다. 담당 사무관이 전결로 처리를 했더라도 강서구청장 이름으로 공고가 났던 만큼, 관련 기업들은 이를 믿고 사업을 시작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강서구청 내부에서 행정처리가 미흡했다면 담당 사무관을 징계하더라도 해결 방안에는 기업들에게 불리함이 없도록 유동적인 자세를 취했어야 하지 않을까. 소방시설 검토가 필요했다면 일방적 취소가 아니라 소방시설 재검토를 하는 동안 잠시 정지를 시키는 것이 옳다. 또 시설이 미흡했다면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통해 시정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행정처리다.

강서구청 관보로 버젓이 인가 공고를 내놓고, 5개월 뒤 일방 취소를 하는 것은 사업에 관련된 모든 기업들에게 일방적 피해를 떠안기는 꼴이다.

작년 9월 강서구보에 실린 가양동 CJ부지 건축협정인가 공고./사진=강서구청 관보


논란이 될 부분은 또 있다. 관련 기업들에 따르면 강서구청은 인가의 취소와 함께 거액의 추가 기부금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구청장이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추가 기부채납을 얻어내 개인의 정치적 활동에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의혹에서 시기상 자유롭기 어렵다. 

이번 건축협정 인가 취소 과정은 앞서 말했듯이 기업에게 유예를 준 것이 전혀 없는 일방적 취소였기에 의혹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강서구청 홍보지원과는 추가 기부금 요청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4월 25일 발표한 해명글 외엔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공적 기관에서 기업과 시장에 신뢰를 주지 못한 사례는 또 있다. 작년 강원 레고랜드 사태가 대표적이다. 강원도에서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의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는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의 지급보증 대신 GJC의 회생 방안을 언급하자 채권 시장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졌다. 이는 당시 도지사의 발언이 왜곡 확대된 탓도 있지만, 고금리 기조까지 겹쳐 당시 AAA급 채권마저 팔리지 않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건설업계 등 기업들이 관급공사나 관공서에서 벌이는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수익은 적을지언정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공서 측이 신뢰를 저버리면 시장에 미치는 나비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건설사 한 곳이 부도가 날 경우 피해는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타 업계에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건설자재의 예를 들면, 철강 유통업체나 대기업들도 수억부터 수십억 원을 물리게 되는데, 중견 기업들은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또 공사가 지연되는 것만으로도 결제대금일을 놓쳐 부도처리가 될 수 있기에 건설사들이 공사 진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여러 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부도가 날 수도 있다. 

지난 3월 31일 한 대형 철강 유통업체가 1차 부도가 났었다. 앞서 충북 소재 샌드위치패널 업체가 담보를 가진 철강업체의 빡빡한 자금 관리로 자금경색에 빠지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갔는데 연쇄적으로 파장이 일면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 대형 철강 유통업체가 1차 부도가 나며 국내 철강 제조업체들은 기업별로 최고 160억 원에서 40억, 20억 정도의 피해를 입었고, 거래를 한 중소 철강 유통업체들도 많게는 10억 원이 넘는 손해를 피하지 못했다. 이는 은행권이 최근 건설사들의 시황이 악화되면서 자금 관리를 더 빡빡하게 한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이러한 때에 강서구청이 4조 원대의 공사를 일방 취소한 것은 시행사 뿐만 아니라, 관련 업계 기업들은 물론 연관된 타 산업 기업들까지 어려움이 전가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태우 강서구청장은 오는 18일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될 경우 구청장직을 잃게 된다. 

이 경우 강서구청 측이 오히려 빠른 결단을 내려 재인가를 할지, 구청장직 공석을 이유로 시간을 질질 끌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회생 불가한 기업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단지 한 기업만이 아닌 업계 전체의 고통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관공서들의 신뢰 추락은 자칫 이번 정권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면 주민들의 불만의 화살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논란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면 관공서들의 신뢰 회복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서구청 역시 빠른 재인가 검토를 통해 논란을 없애는 것이 기업들의 피해를 줄이고, 주민들의 불만과 정치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미디어펜=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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