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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경제는 아무리 양보해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2015-07-01 16:26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 6월 30일 자유경제원 5층 회의실에서 <탈북학생을 통해 본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를 주제로 제5차 청년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탈북자의 수가 2만5000명에 이르렀다. 이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초·중·고등학교나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여럿이다. 김씨 왕조 외에는 모두 다 배고픈 곳에서 탈출한 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사회적’이란 이름의 용어들, 각종 무상 시리즈,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들은 탈북학생들의 눈에 더욱 기이하게 보일 것이다. 자유경제원은 사회주의를 몸소 경험해온 탈북학생들과 함께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에 대해 논하는 장을 마련했다.


‘사회주의경제는 왜 실패할 수밖에 없나’를 주제로 개최된 1부는 탈북자 출신인 백요셉 사무국장(인사이드NK)이 발제를 맡았다. ‘북한의 지하경제가 시장경제다’를 주제로 펼쳐진 2부에서 탈북학생 서옥별(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양 발제를 맡았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탈북학생과 남한학생이 함께 참여해 더욱 의미가 있다. 자유경제원 현진권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1부 토론회에는 서울여대 언론홍보학과 김가영 학생, 연합경제금융포럼 이진영 대표, 충북대 경영학부 최종부 학생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자유경제원 전희경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2부 토론회는 남북동행 김지연 사무국장, 북한인권학생연대 유은실 기획국장, 한국대학생포럼 여명 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아래 글은 이진영 연합경제금융포럼 EFOS 대표의 '사회주의 경제는 두 번 양보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북한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문 전문이다.


   
▲ 자유경제원 주최 '탈북학생을 통해 본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라는 주제로 열린 제5차 청년 토론회에서 이진영 연합경제금융포럼 EFOS 대표가 '사회주의 경제는 두 번 양보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북한 사례를 중심으로-' 토론문을 발표하고 있다.
직관은 쉽지만 논리는 어렵다. 김태희가 예쁘다는 것은 직관이다. 하지만 그녀가 왜 예쁜지를 설명하는 것은 논리다. 물론 후자가 더 어렵다. 북한 경제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경제, 1명의 선호가 24,851,627명의 선호를 압도하는 경제가 실패하리라는 것은 직관이다. 굳이 논리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일은 어렵다. 어디서부터 건드려야 할지 감을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난감한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 경제의 특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와 ‘계획경제’라는 두 개의 기둥으로 움직인다. 그 특징은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소유제의 면에서 사유제가 아니라 국유제다. 둘째, 자원배분 의 메커니즘이 시장이 아니라 계획이다. 셋째, 경제 행위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이 기업, 가계 등 개별 경제주체가 아니라 중앙의 행정 당국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특징은 곧 실패 원인이기도 하다. 그 원인을 두 개의 차원으로 나누어 얘기해 보겠다.

우선, 사유 재산의 부재 문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받는다.” 사유 재산의 부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고안된 멋진 구호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보다 복잡했다. 아무리 일해도 필요한 만큼만 받을 수 있다면, 아무도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었다. 자연히 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아사 사태를 낳았던 ‘고난의 행군’은 이 같은 단순한 논리를 간과했기 때문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한국은행 추정에 따르면 북한은 1990년부터 9년 연속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을 기록했다고 한다. GDP의 무려 30.1%가 뚝 떨어져나간 재앙이었다.

둘째는 계획 경제 문제다. 북한 경제는 ‘유일적인 지휘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다. 따라서 북한은 계획수립을 비롯한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과 이에 필요한 정보의 흐름이 중앙당국에 집중되어 있으며 하부조직은 중앙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되어 있다. 계획의 과정은 총 4단계로 이루어진다. 단계별로 한 번 살펴보자. 얼핏 보면 그 럴듯하다.

1단계는 ‘예비숫자’ 작성단계다. 하부 생산 단위에서 작성된 계획 숫자를 지구계획위 원회에서 통합하여 국가계획위원회에 제출한다. 2단계는 ‘통제숫자’ 작성단계다. 보고된 예비숫자를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별도로 제시한 정책목표에 맞춰 통제숫자로 작성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통제숫자는 계획 작성의 기준이 되는 예비숫자와는 달리 당의 지령으로서 거의 법적 의무성을 띤다.

3단계는 비준된 통제숫자가 국가계획위원회를 통해 다시 하부 단위기관으로 시달되는 과정이다. 이 통제숫자를 근거로 해당 계획부서에서 계획초안을 만들어 상향 보고하면 국가계획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종합적인 계획초안을 작성한다. 4단계는 국가계 획위원회가 제출한 계획초안을 정무원 전원회의나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확정하는 마무리 과정이다. 여기에서 전망계획은 형식상 최고인민회의 승인을 받은 후에 확정된다.

   
▲ 자유경제원에서 열린 '탈북학생을 통해 본 사회주의 경제의 허구' 제5차 청년 토론회.
정말 읽기도 벅찬 절차다. 이쯤 되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읽기도 벅찬 이 절차를 실제로 진행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지 말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미제스와 하이에크 등 위대한 경제학자들이 이미 오래전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의 지적을 앞서 설명한 북한 경제의 특징과 결부지어 살펴보자.
우선, 인간은 모든 정보를 알 수가 없다. 하이에크가 「감각적 질서」(1952)에서 지적 한 인간 지식의 불완전성 문제 때문이다. 근거는 단순하다.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사례를 수집하는 일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사회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 움직인다. 그래서 한 사회의 부분을 떼어 내 분석하면 어쩔 수 없이 문제가 생긴다.

이런 점을 미루어 판단해볼 때 북한 경제는 1단계 즉, ‘예비숫자 작성단계’ 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하부 생산 단위에서 예비 숫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정보를 온전히 수 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계획의 재료가 되는 정보가 언제나 불충분하고 단편적이다. 따라서 그런 정보에 기초해 만들어진 계획은 반드시 엉성하다. 불완전한 인간이 모든 것을 완전히 결정하는 체제의 모순은 바로 이 첫 번째 단계에서부터 만들어진다.

한 번 양보해서 계획 수립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온전히 수집할 수 있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가격을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격은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인 의사가 반영된, 혹은 모든 사람들의 경제적인 의사에 영향을 주는 지표다. 사람들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을 비교하여 교환이나 생산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때 가격은 사유재산이 있어야 계산이 가능하다. 자기가 소유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바꿀 것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교환이 일어나지 않고, 가격도 생성되지 않는다.

두 번 양보해서 계획 수립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가격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기호가 조금만 바뀌면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제스가 1920년대 사회주의 계산 논쟁에서 지적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신고전파 사회주의자들은 경제균형 연립방정식을 통해 경제 계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한 방정식은 지금의 슈퍼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방대한 규모였다.

이 같은 ‘사회주의’와 ‘계획경제’의 문제점을 골고루 갖춘 북한 경제가 실패의 운명을 피할 길은 없었다. 전쟁 직후인 1950년대 북한의 경제력은 남한보다 대략 2배 정 도 앞섰지만, 1970년대 중·후반 양국의 경제력은 역전되었다.

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현재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는 지표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내총생산 42.5배, 국민총소득 42,6배, 교역 규모 146.5배, 수출량 173.8배 등 모든 부문에서 남한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 비결은 단순하다. 하이에크가 『치명적 자만』에서 탁월하게 표현했듯, “자생적으로 성립하는 하나의 시장 가격은 마치 한 사람이 흩어진 모든 정보를 소유한 것과 같은 해법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남한의 현 경제 체제가 모든 면에서 가장 바람직한 상태인 것은 아니다. 우리의 경제 체제는 사유 재산권을 헌법으로 보장한다는 면에서 북한의 사회주의와 다르지만, 정부의 계획 비중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북한의 계획 경제와 유사하다. 말하자면, 한국 경제 체제의 절반은 북한과 다르지만, 나머지 절반은 북한과 닮아 있다.

교육, 의료, 금융 등 사회의 각 부분에서 개입주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나 보편적 복지 같은 유사 사회주의 정책까지 이미 도입되었거나 앞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우리는 북한 경제의 실패로부터 철저히 배워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계획 만능주의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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