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은 기자]인천, 동탄에 이어 대구에서도 대규모 전세사기가 터지는 등 전세 사기의 공포감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수많은 세입자가 ‘나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일하면서 모은 전 재산을 잃거나 신혼집으로 마련한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모든 피해자들이 가슴 절절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길바닥으로 내몰릴 위험에 빠진 피해자들은 보증금의 일부라도 돌려받기를 간절히 바라며 정부의 구제 정책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보증금을 잃은 피해자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지만 전세사기 특별법 처리를 놓고 아직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 범위 확대와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등을 놓고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미반환 전세사기 보증금을 사후정산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정부는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해 4번에 걸친 논의에도 전세사기 특별법에 합의하지 못했으며, 오는 22일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 전세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주택./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들이 눈물로 지새는 날이 늘어나기만 한다. 하루빨리 진정성과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통해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은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미 벌어진 피해도 수습해야 하지만, 또 다른 사고를 막는 것 역시 중요하다.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 맡겨놓거나, 전세가율을 제한하는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전세제도가 수명을 다했다”고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전세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미 전세제도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지 오래됐으며, 주거 사다리 역할 등의 순기능도 있기 때문에 폐지한다면 적잖은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급진적으로 폐지하기보다는 순기능을 극대화하고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이미 ‘소’는 잃었다. 이제는 ‘외양간’을 더 튼튼하게 고칠 차례다.
[미디어펜=이동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