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지난주부터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대장주들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의 주도 섹터가 반도체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2차전지주들의 열풍이 쉽게 사그라지진 않겠지만, 한동안 주춤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기업들의 주가가 기지개를 켜면서 다시 한 번 반등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코스닥보단 코스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끈다.
지난주부터 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대장주들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시장의 주도 섹터가 반도체 쪽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관측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증시 투자트렌드에 변화가 관측된다. 올해 들어 상반기 내내 국내 증시는 2차전지 중심의 ‘돌풍’이 이끌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2월 초까지만 해도 12만원대였던 에코프로 주가가 지난 4월 11일 82만원까지 올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주가는 50만원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번 달 내내 조정을 받았지만 에코프로 열풍이 아예 끝났다고 볼 근거는 희박하다. 같은 계열사인 에코프로비엠도 마찬가지다. 같은 업종인 금양의 경우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결국 코스피200 편입에까지 성공했다. 다만 내달 9일부터 지수 변경이 적용되면 공매도 세력의 ‘집중 타깃’이 될 가능성은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부터 새롭게 관측되는 증시 트렌드가 있다. 반도체주들의 약진이다. 지금까지의 장세가 코스닥 시가총액 1‧2위 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를 필두로 한 2차전지 섹터 중심의 흐름이었다면, 주도권이 서서히 코스피 시가총액 1‧3위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넘어오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주가는 시가부터 2.42%짜리 갭을 띄우며 6만7800원으로 개장해 장중 3.32%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 408조원의 ‘국가대표 주식’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중 한때 약 4.6% 상승하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날 오전에도 두 종종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은 2분기 메모리 반도체 재고감소에 따른 하반기 수급개선 기대감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회사들 뿐 아니라 미국 마이크론 등에서도 함께 관찰되고 있는 흐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챗봇 열풍 등 반도체 수요 기대감이 터질 만한 이슈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 업종 전반적인 관심도도 높아진 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4~5월 감산을 시작한 삼성전자 메모리 재고는 2분기 정점 이후 3분기부터 감소세가 기대되고, 작년 11~12월 감산을 먼저 시작한 SK하이닉스‧마이크론(Micron) 재고는 2분기부터 소폭 감소 추세를 기록할 것”이라면서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종은 재고감소, 가격하락 둔화, 감산에 따른 공급축소 등으로 분명한 수급개선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약진이 실제로 이어진다면 상반기 내내 코스닥이 주도했던 수급 흐름을 코스피가 ‘바통 터치’하는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 올해 상반기는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앞지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도 특이한 장세였기 때문이다. 지난 19일도 삼성전자 등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일일 거래대금은 코스피 9조871억원, 코스닥 10조1933억원으로 코스닥 우위였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순이익(EPS) 반등이 가팔라진 것에 주목한다”면서 “EPS 반등 이후엔 증시는 장기적으로 상승해 왔으며, 향후 단기 조정을 가져올 수 있는 이슈는 고용 약화지만 현재까진 고용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코스피 매수 흐름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22일 이후 원‧달러 환율이 1340원선까지 오르는 동안 외국인은 코스피를 5조3300억원 순매수 했다”면서 “이는 펀더멘털 변화에 근거한 외국인 매매패턴 변화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2년 동안 급격하게 약해졌던 한국증시 매력도가 분기점을 통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