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야당이 숫자로 밀어붙였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할 것이다." vs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법 개정을 끝없이 지연할수 없다."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혔다.
노란봉투법의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일제히 반발해 퇴장한 가운데,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단독으로 의결됐다.
수적 우위를 점한 야당이 직회부를 관철한 것이다. 국회법 86조 3항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인 법제사법위원장의 반대에도 개별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로 넘어갈 수 있다.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법사위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소관 상임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해당 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일종의 '꼼수'다.
문제는 이러한 '법사위 패싱' 직회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21대 후반기 국회에서 역대 가장 많은 법안이 법사위 심사를 건너뛰고 본회의에 직회부됐다. 이번 노란봉투법까지 합하면 총 11건이다.
모두 지난해 5월 윤정부 출범 후 1년 만에 직회부된 것으로 양곡관리법, 간호법, 방송법 등 더불어민주당이 처리를 주도한 법안이다.
5월 23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3년도 제2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결국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재의요구권, 일명 '거부권'을 2차례 행사하고 나섰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및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서다. 현 1987 헌법 체제(제 6공화국)에서는 17차례 있었다.
이번 노란봉투법 또한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거대야당의 무리한 입법에 정부가 기업 등 민간 영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방어권을 가동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기업의 재산권을 현저히 침해한다는 반론이 크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내용 자체가 기업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뿐더러, 정당하지 않은 쟁의 행위도 면책해 불법 폭력 파업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입법 독주'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재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거야' 민주당 주도의 입법 독주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제헌 헌법에서부터 명문화된 국회 입법권에 대한 견제수단이다. 이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실제로 거부권 행사는 자유를 파괴하는 중우정치에 맞서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질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방어수단'으로 꼽힌다. 국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하기 전까지는 국회에서 야당이 숫자를 앞세워 여당의 동의 없이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이번과 같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가 실종된, 악순환의 연속이다.
노란봉투법 다음으로는 방송법(개정안)·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법 개정안)가 꼽힌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이 법안들에 대해서도 수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노란봉투법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거부권 3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이 법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추가로 발동할 것이 유력하다.
야권의 '갈라치기 포퓰리즘' 입법 행태가 계속되는 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하게 일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