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합병 지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비상문 개방 사고까지 터지는 등 악재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임금 인상을 두고 사측과 대립해 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본격 쟁의 행위에 나서기로 하면서 노사 갈등도 격화하는 모양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다음 달 7일 쟁의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쟁의 행위에 돌입한다. 노조는 준법투쟁을 시작으로 투쟁의 강도를 서서히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또 사측이 산업은행을 핑계로 임금협상에 불성실하게 임한다면 마지막으로 파업까지 고려한다는 입장이라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작업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계류 중인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사진=연합뉴스
노조가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095명 중 946명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여해 전체의 92.4%에 해당하는 87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에 따르면 쟁의행위는 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이 아닌, 전체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으로 결정하도록 돼있다.
노조는 지난 2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회의에서 사측의 변함없는 태도로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이번 투표 결과를 통해 합법적인 쟁의행위권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도성 APU위원장은 투표 결과와 관련해 "조합원들의 희생으로 1조2000원 억대의 영업이익을 이뤘으나, 돌아온 건 4년간 연 0.625%라는 초라한 결과 뿐"이라며 "이번 투표 결과는 코로나19 기간동안 임금 삭감을 감내하며 회사를 살리겠다고 비행안전과 승객의 안전에 전념한 조합원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측은 원만한 교섭 타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인수·통합을 위한 기업결합심사가 진행되는 중요한 시점에 조종사노동조합이 교섭 미타결 책임을 회사에만 돌리며 쟁의행위 가결로 이끌어 간 것이 안타깝다"면서도 "회사는 노동조합과 대화 창구를 유지하며 원만한 교섭 타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 승인 지연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작업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합병을 위해 승인을 필요한 주요 14개국 중 한국을 포함해 11개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나머지 3개국(미국·EU·일본)의 승인이 남은 상황인데 미국과 EU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EU가 합병을 승인하지 않으면 대한항공·아시아나의 합병은 무산된다.
지난 26일 오후 대구국제공항에 비상착륙한 아시아나 비행기의 비상구가 비상개폐되며 파손된 모습./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기내식에서 나온 이물질로 승객의 치아가 손상되는 사고에 이어 비행 중 비상구 개문 사고까지 터지면서 논란이 됐다. 한 승객은 지난달 16일 하와이 호놀룰루발 인천행 아시아나항공 OZ231편 여객기에 탑승한 뒤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을 먹다가 치아 3개가 손상되는 사고를 당했다.
지난 26일에는 제주공항발 대구공항행 아시아나항공 기내에서 승객 이모(33)씨가 착륙 직전 비상구 출입문을 열고 벽면에 매달리는 등 난동을 부려 승객들이 착륙 순간까지 공포에 떠는 사고가 있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승객들을 대상으로 피해 관련 접수를 받고, 접수된 피해 내용을 토대로 사고를 겪은 승객들에게 의료비 제공 등의 지원책을 최대한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이 사고를 계기로 아시아나는 사고 기종인 A321-200 항공기의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25% 오른 7조153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45% 이상 감소한 3200억 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객은 정상화되고 있지만, 높은 수익을 내던 화물 부문에서 수출 감소 등을 이유로 수익이 줄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