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더 이상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체인저'다. 쓰레기를 매립하고 감추고 덮는 시대는 저물고 쓰레기를 매개로 새로운 도약이 예고되고 있다. 그 중심에 오는 2025년 운영이 종료되는 수도권 매립지가 있다. 수도권 2600만 명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행정적으로 종료된다고 쓰레기가 소멸될까.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이용하면서 수많은 갈등을 유발해 온 쓰레기 매립지 해결은 국가 경쟁력과 닿아 있다. 그래서 수도권 매립지 문제는 국가적인 현안이자 미래다.
님비와 핌비를 오가는 사이 문제해결의 주체인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는 현실적 대안부재를 이유로 주민 인천지역 주민반발을 잠재우는데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더 이상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 국민 모두가 동의할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2600만 명이 살아가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여론의 딜레마 속에 '게임체인저'가 절실한 시점이다.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처리 혹은 재테크를 위한 신기술의 출현이 눈앞에 있다.
미디어펜은 이번 연재를 통해 변화한 쓰레기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부적인 개선 방향 및 시민·기업·지자체·정부가 각각 해야 할 액션플랜이 제시될 것이다. 국내·외를 넘어 쓰레기 처리 및 에너지화에 선도적인 지구촌 사례를 통해 혜안을 얻고자 했다. 기획시리즈는 '8+α'로 구성됐다. [편집자주]
[쓰레기, 미래를 묻다①]타이밍 지났다…패러다임 바뀐 수도권 핑퐁게임
[미디어펜 특별취재팀=김규태 기자] 수도권 매립지 종료까지 932일(6월 13일 기준). 지난 1964년부터 시작된 매립지의 역사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수많은 갈등과 봉합 끝에 연장돼 온 수도권 매립지 운영이 2025년 연말 종료될 예정이다.
앞서 수도권 매립지는 지난 1992년 인천광역시 간척지를 매입해 조성됐다. 서울의 난지도 매립지가 포화되자 대체지로 조성한 것이다. 여의도 면적의 5.5배 규모(1618만㎡)로, 1매립장(409만㎡)과 2매립장(381만㎡)은 사용이 종료됐다.
지난 60년간 이어져 온 쓰레기 처리 패러다임은 기존 '매립 폐기'에서 '소각 후 재생'으로, 이제는 돈 버는 기술이라는 '쓰테크(쓰레기+테크)'의 등장까지 가히 혁명적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 사회 구성층에게 '쓰레기'는 무관심과 새로운 프로세스에 대한 거부감으로 '냄새나는' 기피시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매립은 여전히 주거 환경의 기피 1호라는 그림자 없는 유령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는 과거가 아니다. 현재이자 미래다. 소각 후 재생이라는 새 패러다임의 실현 가능성은 이미 숱한 갈등속에 연착륙을 위한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이제 미래 대안이 아닌 현실적 대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하는 벼랑 끝에 섰다.
현실적 대안은 있다. 관건은 이해관계 당사자 간의 긴밀한 논의와 전향적 합의 여부다. 이해관계 당사자는 서울,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주민이지만 한발 나아가 국가경쟁력과 맞닿아 있다. 4자 정책협의 당사자인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가 쉬쉬 거리며 어둠속에서 정책방안을 결정할 게 아니라 이제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미래를 위한 공론화가 절실하다.
쓰레기 분류 및 이동을 위해 작업차가 산처럼 높이 쌓인 쓰레기 더미를 일부 치우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미래보다 정치적 게임에 이용되는 쓰레기 문제
문제는 각 광역단체마다 처한 상황이다. 서로의 입장과 향후 대안에 대한 계산이 제각각이다. 함께 가야 할 길을 외줄타기로 고집한다. 지난 2월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수도권 광역단체장 3명이 한자리에 모여 '4자 협의체'를 가졌지만 앞선 모임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2매립장 잔여 용량이 10% 남은 시점인 2015년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환경부는 '4자 협의체'를 만들었다. 당초 2016년까지였던 수도권 매립지 사용기한을 3-1매립장 포화 때까지 연장하고, 대체 매립지를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2021년 신규 매립지 공모에 지원한 지방자치단체가 한 곳도 없어, 다급해진 환경부는 매립지 사용 연한을 늘리는 방향을 모색했다. 폐기물 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26년 1월부터 수도권 매립지에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금지한 것이다. 재활용률을 최대한 올리고 나머지는 전부 소각해 재만 매립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3-1매립장 포화 시점을 최대한 늦춰서 2042년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계산이다.
지난 2월로 돌아가, 한 달 뒤인 3월 4자 국장급 회의가 뒤따랐지만 '4자 협의체'는 현재 환경부 산하기관인 수도권매립지공사의 관할권을 인천시로 이관하는 지엽적 문제를 논의하는 소모전으로 일관했다.
수도권 매립지 현황. 1매립장 및 2매립장은 사용 종료. 현재 잔여부지 매립 사용 중이다. /그래픽=권동현 기자 제작
당장 시급한 현안은 수도권 소각장 확충 및 증설과 인천 외의 대체 매립지 조성이다.
상황은 위중하다. 소각장 증설에 대부분의 수도권 지자체들이 소극적이다. 2022년 환경부가 소각장 처리용량이 부족한 수도권 10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25년 12월까지 소각장을 확충하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입지 선정을 하지 못했을 정도다. 서울시의 경우, 마포구 상암동의 광역자원회수시설(소각장) 증설계획에 지역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앞날이 불투명하다.
정치적으로는 내년 4월 제22대 총선를 향한 시계가 움직이자 수도권 최대 장기 현안인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칫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으로 '대비없는 재난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이유다.
본보 취재 결과,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미래가 아닌 오늘의 현재'에 대해 그 누구도 입을 쉽게 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과 폭발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편한 현안을 입에 올렸다가 유권자들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치명적이라는 여야의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시계는 멈출 수도 없고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는 현실이다.
중앙 정부도 수도권 매립지 종료 문제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건 매립지 이전 공약과 직결돼 신중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수도권 매립지는 임기 안에 반드시 이전하도록 국무총리실에 맡겨 대체 매립지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무총리실에서 이에 대해 따로 내놓은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함구로 일관 중이다.
작업자들이 쓰레기 선별, 분류 작업에 힘쓰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신기술에 대한 신뢰 형성은 정부의 숙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유일하게 갖고 있는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정부나 각 정당이 사실상 '정지 상태'로 들어간 모양새다. 소각장을 증설과 대체 매립지 조성에 앞장서야 할 환경부와 서울시가 서로 먼저 움직이면 손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시는 대체 매립지 조성에 대해 시간을 끌수록 합의 조건이 유리해진다는 자체 판단 중이다.
쓰레기 매립장은 대표적인 환경기초시설이다. 각 지역에 필수적인 시설이지만 악취, 대기오염과 같은 공해를 유발하고 지가 하락 등 재산상 손해까지 가져올 수 있어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공공 이익에 부합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다고 보고 반대하는 행동) 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관건인 4자 협의체 간의 합의가 미뤄질수록 2025년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물리적으로 이미 골든타임을 지났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2015년 당시 4자 합의를 체결하면서 대체 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수도권 매립지 잔여 부지의 15%에 해당하는 106만㎡를 추가 사용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현재 가장 절실한 것은 구체적인 대안 마련 논의다. 대체 매립지 선정 방식을 포함해, 선정된 지역에 얼마나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본보는 '8+α'로 구성된 기획시리즈를 통해 님비 현상(지역 간 핑퐁게임)의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적 개선 방향, 소각장 신설, 폐기물 처리 기업 동향, 폐기물의 에너지화, 시민·기업·정부가 각각 해야 할 액션플랜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특히 진화한 신기술이 가져 올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