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용 세습'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는 현직 간부 4명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기로 하는 등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나섰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자정 능력을 상실한 중앙선관위가 과연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맡듯이 스스로에 대한 대대적이고도 객관적인 조직 개혁에 나설지 의문이다.
앞서 진행한 5급 이상 직원 대상 조사에서 최소 10건의 특혜 채용 사례를 확인했을 뿐이다. 중앙선관위는 향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4촌 이내 친인척 경력채용을 조사할 계획이다. 일종의 전수조사이지만 이것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내부 승진만을 통해 사무총장을 정해온 관례를 깨고 사무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했지만, 조직 운영 투명성을 이것 만으로 담보할 수 있겠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과천 청사에서 노태악 선관위원장 주재로 긴급 위원회를 열고, 이번에 문제가 발생한 경력 채용을 대폭 줄이기로 했고 면접위원을 100% 외부에서 위촉하기로 했다.
또한 채용 공고를 안 내고 지방자치단체 추천으로 결원을 채워왔던 '비다수인 경력 채용'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 정도로는 그간 쌓여온 선관위의 '적폐'를 말끔히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022년 10월 5일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선관위의 셀프조사 결과만을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자체 자정 능력이 상실되었다는 국민적 불신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며 "채용 과정에서 제공된 특혜나 법령 위반 여부, 채용 후 승진·전보에서의 부당한 편의나 특혜도 점검 대상"이라고 밝혔다.
감사원뿐 아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함께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당론을 모은 모양새다.
앞으로는 선관위에 대한 수사 주체가 검찰이 될지, 경찰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가장 큰 관건은 헌법상 독립기관인 선관위의 정치 편향성 방지 및 조직운영 투명성 확보를 따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조직 내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보여주기식 쇄신에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관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독립성을 실추시킨 이상,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상시 감사제도를 구축해 이번과 같은 사례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은 국민을 대신해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야 하는데, 선관위는 지금까지 60년동안 '감시의 사각지대'로 있었던게 사실이다.
또다른 논쟁은 외부에서 친야 성향으로 평가 받는 노태악 위원장의 사퇴 여부다. 2020년 김명수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대법관에 임명된 노 위원장은 여당이 촉구하는 자신의 사퇴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며 일축하고 나섰다.
사무총장은 딸 채용에 셀프 결재. 사무차장은 전화 청탁. 성폭력과 특수절도 등 강력범죄가 적발된 소속 직원들에게 잇따라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선관위.
총체적인 난국에 처한 선관위가 과연 스스로 자신의 치부에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부의 대대적인 감사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